말괄량이 소녀의 일기
미끄럼을 탔다.
그러다 삐비를 뽑아 들고
질겅질겅 씹다가 다시
경사진 마당 바위를
오르내리며, 신나게
미끄럼을 타고 또 탔다.
산 아래 멀찌감치
우리 집이 보인다.
빨간 기와지붕
아름드리 사장 나무
병풍 같은 대나무 숲
하늘도 퍼러니 높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산 그림자를 뒤로하고
검붉은 노을을 이고
집에 당도해 보니
"오메! 이것 보소
바지 빵구났네!
바지 안 사준다고
닳도록 미끄럼 탔구먼
징한노므 가시나!!"
억울하다...
미끄럼 타고 온 게
무신 죄여!
내 맘도 모르는 엄마
잠이 안 온다.
내일 또 산에 가고 말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