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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천사들 3화

노력하면 된다!

by 김사임



교무실 주변을 물바다로 만들고, 중간 체조에도 나가지 않고, 엉뚱한 날에 중간 체조한다고 나가는 실수까지, 허술한 실수를 연이어 저지르면서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선생님으로 자질은 없는 건가?'


하지만 처음이라는 그 이유 아래 암묵적으로 주변에서 이해해 주시는 배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결국 다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매일 왕복 두 시간 버스를 타는 고된 출근길이 지치게 했지만,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내 성격 덕분에 나는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 시절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은 매달 월말고사를 치렀다.

부모님들이 생업에 바쁘고 교육열이 높지 않은 도시여서 인지, 아이들 대부분은 학업에 대한 성취도가 높지 않았다. 지금처럼 학원이 성행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수업이 끝나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오히려 아이들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매일 아이들에게 한 가지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생활지도를 병행했다.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질 소중한 인연이니 사이좋게 지내자.

남학생은 여학생을 괴롭히지 않기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한다.


나는 학업보다 인성 교육을 더 중시했다.

다행히 내 나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언니처럼 누나처럼 나를 잘 따랐다.






점심시간마다 수학 쪽지 시험을 봤다.

잘 본 아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이 50점 아래였다.

사실 나도 학창 시절 수학이 가장 싫고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 명씩 심층 면담을 시작했다.

가정에서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가정환경과 학습 습관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오게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성적이 조금씩 오르자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처음 수학 점수를 30점 맞고 울먹이던 지민이가 80점 맞던 날 "야, 우리 지민이 정말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칭찬하자 쑥스러워하면서도 활짝 웃어 보였다.

손톱을 깨물며 자신 없어하던 아이들도 한 명씩 낮은 점수를 탈출하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점수를 보여주며 신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50점 아래를 맴돌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80점. 90점 만점으로 치고 올라갔다.


못하고 힘들어하는 애들에겐 무한 격려를, 성적이 나아지는 아이들에게는 노력한 과정을 충분히 칭찬을 해줬다.


그 결과 3월 말 고사에서 우리 반 평균 점수가 1반을 앞섰다.


선생님들도 "실수만 하던 선생님이 제법인데?"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 숙제를 검사하는데, 아이들이 한 명씩 교탁 앞에 나와서 정성껏 외우는데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부반장 현기가 구멍 난 양말 사이로 엄지발가락을 삐죽 내민 채 씩씩하게 구구단을 거꾸로 외웠다. 웃음이 터질뻔했지만 마음이 밝고 신념이 뚜렷한 현기는 매사 용기 있는 태도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뭔가를 가르친다고 설치던 나에게 아이들의 순수하고 소리 없는 에너지로 오히려 나를 가르치고 감동을 주고 있었다.


역시,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했다.

아이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와 생활 지도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건반을 다루지 못하는 내게 음악 수업은 또 하나의 큰 난관이었다.


다른 반에서 풍금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괴로움이 몰려왔다.


시간표를 보니 곧 음악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음악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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