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비선형 인식과 초월적 자아
어제 꾼 꿈이
내일을 미리 보여준 듯 느껴진 적이 있는가?
혹은 오래된 기억이
불쑥 현재를 잠식한 순간은 없었는가?
시간은 늘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는 직선처럼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그 선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예감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데려오고,
기억이 현재와 겹쳐지며 흐름을 교란한다.
그 순간 의식은 직선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에서
움직이는 듯 느껴진다.
물리학은 우리가 직선으로 느끼는 시간이 우주 전체의 본질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성이론은 ‘현재’조차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구에 서 있는 관찰자가 경험하는 지금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관찰자가 경험하는 지금은 서로 다르다.
속도와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현재’가 성립한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측 순간 하나로 확정된다.
이 과정에는 분명한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없다.
블록 우주 이론은 책의 모든 페이지가 이미 인쇄되어 있듯,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4차원 구조를 상정한다.
우리는 그중 한 장을 ‘현재’로읽고 있을 뿐이다.
즉,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의식이 잘라낸
하나의 단면일 수 있다.
신경과학 역시 우리가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경험한다고 말한다.
기억은 연속된 기록이 아니라, 해마에서 조각처럼 저장되었다가 필요한 순간 다시 재구성된다.
이때 편도체는 감정적 중요도를 판단해 위험이나 예감과 관련된 신호를 앞당겨 끌어올린다.
그래서 오래된 장면이 갑자기 떠올라 현재와 뒤섞이기도 하고, 꿈속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향기 하나가 잊고 있던 시간을 한순간에 되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시간적 비일관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경험은 단순한 오류라기보다, 의식이 직선적 시간 구조를 잠시 벗어났다는 신호에 가깝다.
철학과 종교 전통은 오래전부터 ‘시간을 넘어서는 자아’를 사유해 왔다.
플라톤은 영혼을 시간 밖에서 온 존재로 보았고, 불교는 찰나마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의식을 설명하며 영속적인 자아는 환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현대 사상가들은 의식이 개인적 자아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사유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의식은 직선적 시간에만 묶여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런 순간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몰입 속에서 시간 감각이 사라질 때,
명상이나 기도 중 순간이 끝없이 확장되는 듯할 때,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앞에서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질 때,
버스 창가에서 음악을 들으며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때.
그 순간 의식은 직선을 벗어나 비선형적인 층위로 잠시 스며든다.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이 짧은 순간은,
더 큰 차원의 흐름이 잠시 들고 나는
창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의식은 뇌 속에서만 작동하는
직선적 기능일까,
아니면 차원을 건너
스스로를 확장하는 능동적 흐름일까.
그리고 그 질문을 진지하게 붙잡는 순간,
우리는 현재를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지금은,
영원의 장면 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빛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같이 질문해보기〉
• 나는 시간을 언제 직선으로, 언제 비선형적으로 경험하는가?
• 꿈·기억·예감 속에서 겹쳐진 시간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 의식은 뇌의 기능을 넘어 차원을 가로지르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