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이 참 가혹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시댁의 멸시, 남편의 외도, 이혼..
낯선 땅에서 다시 찾은 웃음,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받은 사랑.
모든 게 완벽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단 한올의 행복도 허락되지 않았다.
항암, 재발, 항암.
견고하고 단단한 그녀마저도
결국 마지막 순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건낸말은
정말 살 수 있는 게 맞아?
그게 아니라면 그만하고 싶어.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떠나기 한 달 전,
마지막인걸 알았는지
무리해서라도 해운대바다를 보고 싶다며 부산을 찾은 그녀는 꼬박 3년의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든든하고 포근한 언니가 되어주고 가버렸다.
그때 난 건강한 이별을 하지 못했다.
부산여행이 독이 되어 언니가 떠났다는 죄책감이 나를 땅밑으로 밀었다. 후회라는 감정은 지난 여행의 잘못된 순간만을 복기하며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어느 날, 꿈에 언니가 나왔다.
환한 웃음으로.
편안한 얼굴로.
오늘은 그녀가 떠난 날이다.
이제는 아픔 없는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그녀가 무척이나 생각난다.
부디 다음 세상에,
밝은 세상에,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
꼭 다시 만나길.
그때도 나의 친구가 되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