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실사구시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
로버트 브랜덤은
1950년 태생으로 현역인 미국의 철학자이다.
피츠버그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으며 주로 언어 철학, 심리 철학, 철학적 논리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로티'의 실용주의를 이어받아 실용주의의 부흥에 매진한다.
[출처] 위키백과, 현대철학 로드맵-arte 출판-
실용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실제로 씀 또는 실질적인 쓸모"를 뜻한다.
형이상학처럼 너무 사변적인 것에 몰두하지 말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자는 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당장 쓸 수 있는 것들이 반드시 돈과 이익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20세기 전후에 미국에서 확립되어
미국의 고유 사상으로까지 인식되었는데 유럽의 분석철학자들이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1950년대 미국 사상의 흐름이
실용주의에서 분석철학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티'와 '브랜덤'은 실용주의를 부활시키면서 분석철학과 결합시키려 하였다.
이러한 '로티'와 '브랜덤'의 사상을 신실용주의라 부른다.
[출처] 현대철학 로드맵 -arte 출판-
로버트 브랜덤은
실용주의pragmatism을 논할 때,
화용론話用論pragmatics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화용론pragmatics은
말의 의미를 실제 언어활동을 통해 이해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인간과 앵무새의 차이는 `이유를 주고받는 게임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한다.
붉은색 천을 보고 인간과 앵무새가 `이건 붉은색이다.`라고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이유를 물으면 인간은 `빨가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는 반면에
앵무새는 `이건 붉은색이다.`라고 되풀이해서 말할 뿐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처] 현대철학 로드맵 -arte 출판-
이처럼 화용론pragmatics은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등으로 구성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문장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이론이다.
[출처] 위키백과
쉽게 말하면
말에는 숨겨져 있는 의미가 있는데 직접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여러 증거를 통해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제 실용주의를 생각해 보자.
실용주의는
행동을 중시하며, 실생활에 효과가 있는 지식을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사고나 관념의 진리성은 실험적인 검증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하는 철학사조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이 말을 철학적으로 `찰스 샌더스 퍼스`가
당신의 개념이 가리키는 대상의 효력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그러한 효력을 갖는 당신의 개념이 대상에 대한 당신의 개념이다.
[출처] 위키백과
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보통 개념이 현상의 본질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또는 개념과 현상이 얼마나 잘 일치하는지를 따라 진리를 결정하는데 반하여
실용주의의 진리관은
대상에서 비롯하는 실제적인 결과나 효과가 개념적 진리를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출처]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현대철학의 주요 개념들] 실용주의(Pragmatism)(김동규)
결국
`개념이 있고 현상과 결과를 보느냐
아니면 결과를 보고 개념을 보느냐`라는 방향과 순서의 차이이다.
화용론이 언어 연구에서 실제 사용되는 양상을 우선하기 때문에
실용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반적으로 `화용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실용주의가 관념적 사고보다 실제 상황에서의 적용을 우선순위에 두므로
화용론을 이해하는 것이 실용주의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출처] 화용론의 개념과 의의 -전북대학교 국어국문과 윤석민교수-
이렇게 해서 실용주의를 화용론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찰스 샌더스 퍼스`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언어학자, 수학자, 과학자이다.
실용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며 현대 분석철학 및 기호논리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출처] 나무위키
프리드리히 키틀러가
`기술 미디어`에 숨겨져 있는 `함의` 곧 메시지가 무엇인지 판단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실용주의도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생각 하나하나가 어떤 함의(메시지)를 품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생각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추론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쓸모가 무엇인지 판단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실용주의는 원칙이 없이 쓸모에 따라서 달라지는 상대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
여기서 정약용의 실용주의를 떠올려보아야 한다.
실학자 정약용은 누구보다도 실용적이었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흔히 실용과 원칙은 이질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진정한 실용은 원칙에서 출발한다고 정약용은 말하고 있다.
실용은 원칙을 지키고 실현하려는 방법이기 때문에
원칙이 없으면 실용도 없다고 말한다. 곧 실용이 원칙일 수는 없는 것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2010.03.31 <`실용주의`는 정파적 이익을 가리는 가면이 아니다>
원칙에 위배되지만 지금 당장 이익이 된다고 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하늘에서 큰 숲을 보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똑같아 보이고 질서 정연하고 일정해 보이지만
숲 속에 들어가면 나무의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높이도 다르고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는 것처럼
실용주의의 주된 목적이 실용이지만 큰 숲으로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실용주의가 원칙의 틀을 벗어나서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면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 알 수 없는 난파선이 될 것이고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황금만능 사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처럼 실용주의는 원칙 없는 상대적이라는 데서 종종 잘못 이해될 수 있다.
잘못 이해된 실용주의는 배금주의와 구분되지 않는다.
좋은 게 곧 돈이고 따라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은 곧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돈을 숭배하는 배금주의지 실용주의가 아니다.
실용주의를 잘못 이해하는 이유는
실용주의의 전제에 해당하는 것을 무시하고 실용주의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실용적이라는 말은 칸트의 프래그마틱이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그 단어가 쓰인 문맥은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참과 거짓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출처] 양명학과 실용주의 by 격암(강국진) 2017. 5. 6
실용주의의 전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얼마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자각이다.
[출처] 양명학과 실용주의 by 격암(강국진) 2017. 5. 6.
이러한 자신의 무지에 대한 깊은 자각이 없으면
실용주의라는 말은 거의 의미를 잃고 거꾸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돈밖에 모르고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무시하는 사람이
독단적인 개발 결정을 내리면서 자신의 행동을 실용주의적이라고 말하고
보존론자들을 비실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실용주의의 시작은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 즉 회의론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가지 주장에 대해 겸허하고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출처] 양명학과 실용주의 by 격암(강국진) 2017. 5. 6.
학자들은 논증을 해야 하므로 주장하는 글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또 설명하기 위해서 새로운 용어도 때로는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학자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실용주의는 한마디로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는 사실에 바탕을 두어 옳음을 구한다는 뜻으로
무조건적인 이익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허무맹랑한 이론도 아니다.
어떤 생각에 따라 행동을 함에 있어
그 행동은 옳음을 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너무 옳음에 매달리면 구태의연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므로
옳음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의 즐거움과 평안을 찾는 것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