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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

위로처럼 들린 적은 없지만

by 김바다

어느덧 이 에세이를 처음 쓴 날로부터 한 달이 훌쩍 넘게 흘렀다. 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듣고 살아왔지만 한 번도 그 말을 들은 당시에 와닿았던 적은 없다. 극심한 감정 기복이 찾아왔을 때에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이 어떤 느낌인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슬프고 어려울 때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가 나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다른 요소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내가 열심히 행복해지기 위하여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평범함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평범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았다. 누구나 평범해보이지만 사실 정말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나는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평범하지 않다. 꼭 평범해야만 행복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내게 왔던 격렬한 감정 기복은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떠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잘 짚어 보면 그것이 남긴 흔적이 길처럼 남아 있다. 그것은 소설을 쓰겠다는 열망을 동반한 기분의 고조와 함께 찾아왔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에 서서히 물러갔다.


나는 약을 열심히 먹었고, 꼭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고, 내 사정을 이해해주시는 선생님의 배려를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쓰며 지금 내 심정을 이해했다.


아직도 나는 기분이 좋으면 조증 때문일까 지레 겁을 먹곤 하지만 예전만큼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느낌은 아니다. 사실은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떻게 감정 기복의 태풍에서 벗어나는지 완벽하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정 기복은 내게 처음 왔던 때처럼 그렇게 조용히 갔다.


내가 이제 바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내 글의 문체가, 주제가, 내용이 일시적인 감정 고조 때문이 아니라 희망으로 인해 점점 밝아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감정 기복의 큰 파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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