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o Cuore에서

꾸오레의이틀밤

by 마르치아


페루자의 언덕 위 소나무 숲 너머로 아시시가 아련히 보이는 그 방에 머물렀다. 성심이라는 이름의 호텔 Sacro Cuore. 이탈리아어로 거룩한 심장, 곧 예수님의 성심을 뜻한다.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비, 그리고 상처 입은 그분의 마음까지 모두 품은 심장. 나는 그 이름이 단지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숨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태리어도 모르고 단지 웹사이트에서 감으로 고른 호텔이었다. 예약 버튼을 누르던 그날엔 몰랐지만 그 선택은 내 영혼이 먼저 알아본 초대였고, 그렇게 나는 성심의 품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꾸오레라는 단어가 이토록 절묘하게 내 안을 비추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문을 열자 멀리 아시시가 보였고, 정원 한가운데에는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성모님 상이 그날의 중심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방은 교황 요한 바오로 이세께서 머무셨던 방 옆이었다. 어쩌면 우연이고, 어쩌면 계획이었겠지만 문을 여는 순간 느껴졌던 것은 경외감보다는 조용한 울림이었다. 너무도 단순하고, 너무도 정갈해서 놀랐다. 무언가 비워진 자리에만 깃드는 기도가 있다면, 그 방은 그런 기도의 형상이었다. 꾸미지 않았기에 진실했고, 말이 없었기에 오히려 나를 가르쳤다. 나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곳에서 눈물도 기도문도 없었다. 하지만 내 안의 심장이 조용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구의 말도 없이, 어떤 사건도 없이, 나는 그저 그 공간의 정적에 눌려 있다가 조금씩 가볍게 떠올랐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처음으로 믿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같은 자리, 같은 시간. 식탁 위엔 조용한 빛과 잼이 놓여 있었고, 어제와는 달리 내 맞은편에는 말없이 앉은 한 순례객이 있었다. 많은 말을 나눈 것도 아니고, 그가 특별한 인상을 남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짧은 인사와 미소, 그리고 아시시에서의 기도를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난 후,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잠겼다. 그는 사라졌지만, 어딘가 나의 묵상에 가볍게 깃든 것 같은 잔상이 남았다.


정원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나는 성모님 상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그날따라 유독 성모님의 시선이 나를 더 깊이 바라보는 듯 느껴졌다. 말은 없었지만, '이제 알겠지?' 하는 듯한 고요한 응시. 나는 그 앞에 서서 내 안의 한 문장을 마주했다. 아시시에 들르지 않으면 나는 아마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정원이 숨을 쉬듯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내 안에서 조용히 응답하고 있었다. 가겠습니다. 나, 그곳으로 갑니다.


그 순례객은 어쩌면 길을 묻기 위해 보낸 하늘의 손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묵상은 그의 말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가 내 안에 남긴 잔물결을 따라 스스로 도달한 응답이었다.


그날 밤, 마지막 밤. 나는 짐을 싸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 안은 전날보다 더 조용했고, 정원의 성모님 상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달빛이 내려앉은 정원은 마치 그분의 손등 같았다. 온 세상이 그 위에 머물러 숨을 고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아시시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내 안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기도는 먼 곳을 향한 소망이 아니라 나를 나에게 되돌리는 고요한 발걸음이라는 것을 나는 그 방의 침묵 속에서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정해져 있는 길처럼, 그 밤은 나를 부르지도 않고 보내지도 않은 채 조용히 열려 있었다.


지금 나는 그 조용한 방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하나의 물음을 품는다. 해미에 교황님의 이름을 딴 호텔이 지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곳의 방들이 과연 그처럼 정갈하고 침묵 위에 세워진 공간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름은 빌릴 수 있어도, 그 이름에 깃든 기도의 본질과 숨결까지 함께 품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성심은 겉으로 복제할 수 없는 것이며, 진심 없이 지어진 건물에선 그분의 향기가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 방에서 배웠다. 그곳엔 누구보다 하느님이 먼저 거하셨고, 사람은 나중에야 따라 앉는 존재였음을 나는 조용한 공기와 단순한 침대와 성모님의 시선 안에서 알게 되었다.


지금 지어지는 그 호텔이 성심의 본을 따르겠다고 말한다면 나는 바란다. 기획보다 기도가 먼저고, 외관보다 묵상이 먼저이며, 이름보다 영혼이 먼저 준비된 방이 되기를. 그 이름 아래 머물게 될 누군가가 성심의 품처럼 다시 숨 쉬기를, 조용한 울림이 머무는 자리가 되기를, 조용히 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을 정말 닮은 단 하나의 방을 알고 있다. 그 방은 여전히 내 기억 안에 살아 있고, 지금도 아시시를 향한 창을 열어 둔 채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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