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icceria Sandri에서

시간여행자의오후

by 마르치아


페루지아 첸트로. 돌바닥 위로 햇살이 사선으로 흐르던 오후, 나는 Pasticceria Sandri의 창가 쪽 작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사실 이곳엔 테라스 자리가 없지만, 마치 나만의 자리인 듯 마음 한 켠이 그 자리를 품고 있었다. 시간은 느리게 지나갔고, 내 입가엔 티라미수 한 조각이 남긴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이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태리에선 식사 후에 꼭 돌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치 그 문화에 환영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것들과 한 잔의 쓴 에스프레소가 함께하는 그들의 방식은 어쩐지 인생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연습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의심마저 들었다. 이 베이커리의 지붕에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 빨간 조끼를 입은 직원들의 환한 미소, 그리고 마치 예술품처럼 정갈하게 진열된 빵들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태리어는 전혀 모르지만 간간히 들리는 영어 비슷한 발음으로 의미를 유추할 수 있었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던 말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언어를 걷어낸 세계에 앉아 있는 듯했다.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거나, 아니면 시간 여행자의 대우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과거의 어느 시절에서 불쑥 걸어나온 사람처럼, 사람들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나는 그 시선 속에서 거리를 두기보다 오히려 한 장면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익숙하게 다가왔고, 내가 지금 있는 이 순간이 언젠가 이미 지나온 기억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이 거리를 걷고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나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조금 과분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투명한 이야기책인 것처럼 말을 걸어왔다. 이방인, 그러나 어쩐지 익숙한 이방인. 나는 동양에서 온 여자였고, 그들에게 나는 작은 신비처럼 비쳤던 것 같다.


어떤 노인은 내게 '당신의 미소는 이 도시보다 오래된 것 같다'며 아주 오래된 단어처럼 내 이름을 물었고, 나는 '마르치아'라고 천천히 대답했다. 그는 내 이름을 입안에서 굴리며 '이탈리아 이름처럼 들리네요' 하고 웃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누군가는 내 접시에 담긴 티라미수를 가리키며 "정말 맛있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It's unforgettable,"이라고 답했고,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오, 그럼 나도 하나 시켜야겠네!' 하고 유쾌하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에도 입안엔 여전히 커피 리큐르의 쌉싸름함이 남아 있었다.


그가 말했다. "이 순간, 꼭 기억하고 싶어. 당신도 그렇지?" 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웃었다. "응, 오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젠가 이 장면을 떠올리면 티라미수 맛이 먼저 떠오를까, 아니면... 당신 눈빛일까." 나는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다시 왔을 때 말해줘. 내 기억 속 당신은 이미 충분히 달콤하니까."


그날, 나는 기억한다. 눈물 나게 맛있어. 어쩌면,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그 한 입. 잔잔한 재즈가 공간을 감싸고 있었고, 그때의 공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 그리고 가득했던 그 빵냄새와 백색 소음,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아주 작고 부드럽게, 말없이 내 안에 내려앉아 지금도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바람의 냄새, 티라미수의 질감, 창가에서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 그리고 내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들. 그것은 모두, 나를 향한 작은 환대였고 그날 페루지아는 나를 여행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주고 있었다.


나는 빵과 커피와 말들 사이에서 작은 영원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생 못 잊을 부드러운 한 입처럼 지금도 내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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