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인가 여름밤 별을 바라보다가 나는 왜 그렇게 빛나지 못할까 울어버렸던 적이 있다.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보는 일은 때때로 위로이지만, 때로는 나의 어두움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그 쓰라림 때문에 며칠간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재단하고, 아무 일 없던 날에도 의미 없는 물음표들로 마음을 메우다 결국 아무도 없는 밤에 또 울어버린 날이 있었다. 내 상실과 모자람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럼에도 누군가와 조심스레 나누었던 순간들은 있었지만 그 관계들조차 내 그림자처럼 멀어졌고, 나는 그럴 때마다 더더욱 내 안의 상처들을 감추어야 했다. 드러내면 초라해질 것 같고, 말하면 멀어질 것 같아서 나는 늘 다 알면서도 괜찮은 척을 선택했고, 그런 내가 또 싫어졌다.
상처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건, 오히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오후였다. 그 목소리는 작고 낮았지만 분명히 내 안 어딘가에서 들려왔고, 나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나는 오래도록 자연과 함께 있었고, 들리지 않는 말들과 보이지 않는 숨결들 속에서 신을 느꼈다.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도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내 슬픔을 닮았고, 강물은 조용히 흘러가며 내 어지러운 마음을 데려갔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치유되었고, 그 시간 동안 내 안에 아주 작은 자리 하나가 생겼고, 나는 그 자리ㅏ에서 조금씩 단단해졌고, 더는 기대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 매일 나를 일으켰다.
그러나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어느 날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위안을 느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나의 불안도 더는 낯설지 않게 되었다. 나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고, 어쩌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모두가 그랬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내가 나를 갈고 닦고 다듬는다 해도,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나는 또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다가가고 조심스레 배려하고, 그 사람을 위해 많은 것들을 비워내어도 어떤 사랑은 더 멀어지고, 어떤 사람은 끝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애쓴 만큼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걸, 아무리 진심을 담아도 도달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에 참 오래 걸렸다.
결국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빛뿐만 아니라 그림자까지 함께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랑은 환하고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다. 그 사람의 어두움, 침묵, 불완전함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 환상에 머문다. 그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도 있다는 걸, 나는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찻잔을 손에 쥐고 있다. 그 찻잔은 언젠가 누군가 내게 건넸고, 따뜻했고, 나를 바라보며 웃던 시간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리 오래 함께하지 않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하지도 않았지만, 그 시간은 내 안에 작은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찻잔을 놓지 못했다. 그 온기가 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내가 그걸 버릴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걸 미련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삶 속에서 누군가가 ‘존재했다’는 증거이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흔적이며, 내 마음이 얼마나 뜨겁게 살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한 기록이다.
나는 때로 외로웠고,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시간도 있었지만, 계절이 바뀌고 꽃들이 흔들릴 때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 나도 여기 살아 있었구나.’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안에 흘러간 시간들은 모두 살아 있었고, 그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겸손하게 만들었고, 조금씩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배웠다. 고통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조용히 말하고 싶다.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찻잔을 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온기, 다시는 같을 수 없는 순간을 품고 있다는 작은 증거, 그리고 내가 그 시간을 온전히 통과했음을 기억하게 해주는 유일한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