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코드
오르비에토 어느 골목에 있는 바에서 그가 오길 기다리다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키고 설탕을 넣고 젓고 있는데 누군가 바로 뛰어오는 걸 보았다. 그였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바람이 바뀌는 걸 느꼈다. 멀리서도 숨이 차 보였고, 그의 셔츠 자락이 햇살 아래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많이 기다렸어?” 그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나는 커피를 들어 홀짝이면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니? 조금 전에 나왔어.” 그는 웃으며 자리에 앉더니,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근데 지금 막 뛰어올 때 무슨 좋은 향기가 나던데? 그 향 뭐야?” 나는 잠시 잔 안의 커피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향............커피향 아니구?” 그는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커피향 아니구, 열심히 일하면서 바람을 가르고 달려온 남자에게서만 나는 향이야.” 그러고는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 수줍게 눈을 감았다.
바깥의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고 있었고, 바 안은 활기찼다. 커피 내리는 기계 소리, 잔이 부딪히는 소리, 낮은 음성의 이탈리아어들 사이에서 우리는 조금 다른 리듬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내 앞에 조심스레 커피를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 “나 정말 궁금한데, 그런 향이 정말 나는 거야? 혹시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나는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있지 뭐랄까. 이건 사랑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일종의 표식 같은 거야.” 그는 환하게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그런 게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응.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억할 수 있는 강력한 아로마가 있지.” 그는 잔을 들다 말고 다시 물었다. “근데 지금 나한테 나는 향이 있다고?”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랄까… 말린 오렌지 껍질에 베르가못을 섞은 향이랄까.” 그는 그 말을 곱씹듯 중얼이며 웃었다. “당신은 참 당신답게 섬세하다.” 나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중에 내가 어디선가 이 향을 맡는다면, 나는 오늘의 이 날을 기억할 거야.”
그날의 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참 짜릿하게 고왔다. 광장에서 모이를 쪼는 비둘기들, 한가롭게 광장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 나무들 사이로 번져 있던 빛의 반짝임까지. 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들을 뚫고 나는 그 향을 맡았다. 그 모든 것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아주 작고 은밀해서, 오히려 더 선명한.
나는 사랑에 빠지면 그의 유니크한 향에 매료된다. 많은 문장을 지나, 많은 땀을 흘리고, 수없이 노력했을 때 나는 그 향을 사랑한다. 그것은 꼭 향수의 인공적인 향이 아니다. 어떨 땐 새로 산 책을 펼칠 때 나는 향도 있고, 서너 살 아가의 볼에서 나는 햇볕 같은 향기도 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데, 아주 자연스러운 그 사람만의 체취. 장대비가 쏟아지고 날이 개었을 때 나는 그 푸릇한 향기.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 어디선가 나는 풀향기처럼... 아주 우연히,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향. 그건 의도하지 않아야 느낄 수 있고, 애써 찾으려 하면 더 멀어지는 종류의 감각이다. 어느 날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걷다가, 갑자기 내 옷깃에 스며든 채 오래 머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막막하게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 향은 사람의 기억과 닮아 있고, 마음의 틈 사이로 들어와 어느 순간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존재다. 나는 그 향을 통해 그를 기억했고, 어쩌면 나 자신을 더 많이 떠올렸다. 향기는 그렇게 나에게 돌아오고, 다시 그 사람을 데려왔다. 잊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아주 작고 선명한 감각 하나가 마음속 어딘가를 두드렸다. 그가 있었던 자리, 함께 웃던 장면, 그의 손끝에 스쳐 지나가던 햇살까지. 나는 향을 따라 그를 다시 떠올렸고, 그 기억은 언제나 조용한 숨결처럼 내 곁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