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ona

사랑의그림자와빛을마주하며

by 마르치아


베로나에서의 시간은 마치 꿈결 같았다. 서로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랑에 대해 속삭이던 그 순간들이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평화로웠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사랑은 그저 함께 존재하는 것, 서로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성장하는 것임을 깨달은 날들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말없이 사랑의 깊이를 느꼈다. 이제 그 사랑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 한다.


처음에 그의 어둠을 봤을 때 나는 솔직히 많이 두려웠다. 당신이 조용히 멀어졌던 그 시절, 나는 이유를 몰라 허공만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그 침묵이 당신의 그림자를 마주한 고요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땐 정말 무서웠어요. 당신 안에 있는 어둠을 보는 게요.” 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저도 제 그림자가 무서웠어요. 드러내면 당신이 등을 돌릴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웠죠.”


나는 그 말이 다가오는 밤처럼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드는 걸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 외면하지 않았고, 감싸 안을 준비를 조금씩 해왔다. 그건 확신이 아니라 용기였고, 사랑이었다.


“그림자를 마주한다는 게 이렇게도 조용한 일인 줄 몰랐어요.”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미안했던 순간도 그 시간이었어요.”


사랑은 처음부터 찬란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환한 부분을 사랑하며 시작했지만, 진짜 사랑은 각자의 그늘을 이해하고 껴안는 곳에서 자라났다.


융은 말했다. 사랑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라고. 그리고 그 만남은 서로의 빛만이 아니라, 어둠까지도 알아가는 길이라고. 우리는 그 길을 걸었다. 때로는 한 발 멈춰 섰고, 때로는 함께 주저앉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손을 잡았다.


“기억나요? 베로나의 그 밤, 우리가 촛불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웃던 순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나는 생각했어요. 이제 숨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사랑은 서로를 낯설게 만들고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짓게 하는 힘이라고. 우리는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았고, 다시 짓는 것을 도왔다.


“만약 이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면…” “나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거예요.” “모든 그림자에 입 맞추듯이.”


지금 우리는 함께 더 빛나는 내일을 바라본다. 고요하지만 깊은 확신으로.


그리고 나는 문득 생각한다. 사랑이란 왜 서로의 어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걸까. 우리는 왜 빛만을 좇으며 사랑이 순결하고 환하길 바라면서도, 결국에는 그늘 속에서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사랑은 사람의 온전한 얼굴을 보여주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애써 감춰온 내면의 방들을 열게 하기 때문에, 그 어둠까지도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관계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흘렀던 침묵과 그늘을 기억한다. 그것은 외면의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바라보며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믿는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함께 견뎌낸 고요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이 남긴 흔적은 언젠가 다시 다가올 시간에도 우리를 조용히 비춰줄 것이라는 것을.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여정이다. 융이 말한 것처럼 그림자를 직면하는 용기를 통해 우리는 더욱 깊은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고 빛나게 하는 일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그림자를 안아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더 빛나는 내일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이 사랑의 도시 베로나에서 사랑이란 얼마나 고요하고 또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배운다. 빛과 그림자, 그 모든 것을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사랑이 된다는 것을, 나는 사랑의 도시 베로나에서 그와 함께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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