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by 마르치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의 망설임을 판단하지 않고 내 감정의 완성도를 점검하지 않으며 때로 흐릿한 말과 무성한 침묵으로 가득한 나를 그대로 옆에 두고 머문다. 그들은 다가오는 대신 거기 있어 준다. 설명 없는 상태로 존재를 허락하고 말이 닿기 전의 마음까지도 존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선은 날카롭지 않고 그들의 침묵은 멀지 않다. 내가 어떤 상태로 있든 그들은 기다릴 줄 안다. 눈에 보이는 변화를 재촉하지 않고 이해라는 이름으로 파고들지도 않는다. 그들은 내가 나로 있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 허락 안에서 비로소 조금씩 나 자신을 꺼낼 수 있게 된다.


내가 사랑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내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해석하려 했고 내 감정을 다독이기보다 정리하려 들었다. 그들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춰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작아졌고 불필요하게 해명했고 웃으면서도 긴장했고 울고 나서도 후회했다.


그들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내 자유는 그들에게 불안이었고 내 고요는 그들에게 거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늘 뭔가를 요구했고 나는 늘 뭔가를 감춰야 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잃어가며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안에 오래 머물렀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은 무엇을 더해주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사랑은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신뢰라는 것을. 나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나와 함께 변화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곁에 남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무너짐을 흠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내 흔들림이 지나갈 시간까지도 함께 바라본다. 그 안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머문다. 그 감각은 오래간다. 말보다 남고 기억보다 깊고 침묵보다 따뜻하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어떤 증명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더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고 어제보다 낫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조용히 살아 있어도 충분하다. 그들은 내 마음의 속도를 존중하고 내가 닿을 자리까지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릴 줄 안다. 그 곁에서 나는 쉴 수 있고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고 한숨조차도 감추지 않아도 된다.


나를 자유롭게 만든 사람은 결국 나를 떠나지 않았고 나를 바꾸려 했던 사람은 끝내 나를 잃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조용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설명 없이도 닿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머무는 사람 그들은 내 삶에 오래 남고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린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오래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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