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에또에 가자고 그가 나를 차에 태웠다. 나는 묻지 않았다. 사랑이란 때론 묻지 않아도, 알지 않아도 따라 나설 수 있는 일이다.
차 안은 따뜻했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햇살을 보다가 헨델의 메시야 중 rejoice를 따라 불렀다. 그의 앞에서는 틀려도, 조금 음이 떨어져도 이상하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는 가끔 웃었고, 나는 그 웃음을 바라보다 이게 말이 없는데도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오르비에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도, 그의 미소를 보면 무언가 나에게 의미가 꼭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은 그의 미소에도, 운전 중에 잠시 잠시 잡아주는 내 손에도, 말없이 전해지던 체온에도 있었다.
멀리서 운무에 쌓인 오르비에또 성이 보였다. 나는 환호를 질렀고, 그것을 본 그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어때. 오길 잘 했지?” 나는 입술을 내밀며 “으응. 너무 잘 했지.” 하고 말했다.
배가 고파서 근처의 바에 들러 간단하게 오르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는 익숙한 손길로 오르쪼에 레몬을 짜 넣고 설탕을 넣어 부드럽게 저어주었다. 샌드위치 포장을 벗겨주며 말했다. “여기 유명한 우물이 있다는데 가보자. 나도 한 번도 못 가본 곳이야.”
“우물? 그 우물 마시는 건가?” 하며 나는 샌드위치를 오물거렸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호기심 많은 우리는 산 파트리치오 우물이라는 이정표 아래서 다시 한 번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우물 안으로 긴 나선형의 계단이 보였다. “어? 이 계단으로 들어가면 우리 카타콤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잠시 웃더니, 내 안전을 위해 먼저 계단을 내려갔고, 아래에서 손을 내밀어 나를 잡아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돌아보며 웃었고, 그 순간 햇살이 그의 속눈썹을 지나가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산 파트리치오 우물은 16세기 초, 로마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전쟁 중에도 마르지 않을 물을 위해 이 언덕 위 도시에 명령해 만든 깊고 정교한 구조물이다. 두 마리의 노새가 동시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두 개의 나선형 계단이 절대 겹치지 않게 설계되었고, 총 깊이는 62미터에 달한다.
나는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갔다. 아직 바닥은 보이지 않았고 계단은 돌고 또 돌며 아래로 이어졌다. 희미한 빛 속에서 그는 내 손을 놓지 않았고, 그 손의 온도는 생각보다 따뜻해서 이 어둠 속에서조차 나는 무섭지 않았다.
우리는 이 어둠의 끝에서 무엇을 느껴야 했던 걸까. 나는 그 어둠 속에 닿은 순간, 생의 좌절과 실패를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의 죽음, 단테의 연옥,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이 겹쳐 떠올랐다. 정말 이것은 주님의 초대라고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명징하게 내 폐부를 찌르던 고통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통회를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고통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잠시 그의 손을 놓았다. 이것은 의식적인 분리였다.
그는 이런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눈빛으로, 나보다 두 발 더 떨어져 내 통회의 시간을 존중했다.
나는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내 영혼의 깊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느님께 내 깊은 곳을 내어 드렸다. 잠시지만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평화가 스며들었다. 그 평화에 머물면서 이 우물에 나를 왜 데려오셨는지 그분의 은총이 단번에 알아졌다. 그리고 빛이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나는 생의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했다.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나는 멈추지 않고 계단을 기쁘게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은총은 끝나지 않았다.
산 파트리치오 우물에서, 나는 내 안의 연옥을 만났다. 내 영혼의 가장 아래, 그늘지고 침묵으로만 가득한 곳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나는 내 고통과 나의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그 고요는 나를 부순 것이 아니라 비워냈다.
그리고 다시 동네로 돌아와 조용히 거리를 걷다, 나는 한 피에타 앞에 멈춰 섰다. 그 피에타. 예수님의 살과 피. 그리고 성모님의 명징한 슬픔과 절규가 온몸을 진동했다. 그래서 나는 피에타 앞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나는 그 거룩한 죽음 앞에,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앞에, 더는 어떤 것도 주장할 수도, 증명할 필요도 없이, 내 모든 것이 그 피에타 앞에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여정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순례가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깊은 걸음이었다. 나는 한 사람을 생각하며 이 길을 걸었지만, 결국 이 길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상처와 고통, 침묵과 기대, 기도와 눈물이 모두 그 우물 아래에서 정직하게 흘러나왔고, 나는 그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드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비워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채워졌다.
이제 나는 안다. 어떤 연옥도 지나가고 나면 빛이 있으며, 그 빛은 내가 받은 은총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사랑으로 변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