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먹게 하기 위해서
할아버지는 밥상이 놓여지면 반찬을 다시 매만져 위치를 조정 하셨다.
“할아버지, 왜 반찬을 다시 놓는 거야?”
어느 날 반찬의 위치를 조정하시는 할아버지께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반찬을 하나씩 집어 다시 놓으며 말씀하셨다.
“경화야, 밥상은 마음이야. 서로 다른 반찬들이 제자리에 있을 때, 먹는 사람도 편안해지거든. 음식을 놓는 데에도 질서가 있어. 너무 짠 것끼리 붙어 있으면 안 되고, 국물 있는 것과 마른 반찬은 서로 멀리 떨어뜨려야지. 네가 나중에 커서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도, 이렇게 조화를 생각하면 덜 부딪히고 더 따뜻할 거야.”
할아버지는 생채가 올라오면 반대편에는 숙채도 있어야 하고, 생선구이나 고기구이가 올라오면 옆에 반드시 야채 겉절이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반찬도 짝꿍이 있어야 해.”
그렇게 간단히 말씀하셨지만,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맛의 조합이 아니었다.
왜 고등어구이를 먹을 땐 옆에 꼭 무생채를 놓게 하셨는지, 나는 이제야 안다.
할아버지는 고등어 알레르기로 인해 내가 생목이 오를까 봐 미리 무생채로 조화를 잡아주셨던 것이다.
어릴 땐 그저 옆에 놓인 반찬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놓인 마음이 보인다.
밥상 위의 반찬 하나에도 짝이 있고, 배려가 있고, 사랑이 있다.
삶도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