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도 짝꿍이 있단다
할아버지는 밥상의 반찬들이 제철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반찬끼리의 조화로움을 항상 중요시 여기셨다.
거기에는 색도, 맛도, 식감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경화야, 봐라. 이 나물은 부드럽고, 저건 아삭하고, 또 저 된장국은 속을 따뜻하게 해 주지.
이렇게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반찬들이 한 상에 모여야 진짜 밥상이 되는 거다.”
어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먹다가도 물었다.
“그럼, 다 비슷한 반찬만 있으면 안 돼, 할아버지?”
“그래, 안 되지. 세상도 그렇잖니. 조용한 사람도 있어야 하고, 웃음 많은 사람도 있어야 해.
너무 짜거나 너무 맵기만 한 반찬은 밥을 지치게 하거든. 사람도, 반찬도, 서로 보완해 줘야 해.”
나는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나중에 내가 살아갈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갖게 될 줄은.
어른이 된 나는 반찬 하나하나를 고르며, 이 조화가 결국은 내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계절에 무엇을 먹고,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나누는지가 삶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