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할아버지 식구가 뭐야?

가족과 식구의 차이점

by 마르치아


할아버지는 식구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셨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웃도 연락없이 찾아온 친적도

모두 "식구" 라고 부르셨다. "할아버지 식구가 뭐야?" 그러자 할아버지는 마침 잘 됬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어 식구는 한 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는거야"


"할아버지 그럼 어제 우리집에 김치 주러 온 아줌마도 우리 식구야?" 할아버지는 이내 미소를 지으시면서

"그 날 그 상에 앉아 밥을 같이 나누어 먹었으니 그날은 우리 식구가 맞아" 하시면서 내 등을 쓰다듬으셨다.


그러나 나는 가족과 식구를 같은 의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의아해져서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 이상해. 여기 엄마랑 이모랑 나랑 할아버지랑 식구잖아. 근데 또 다른 사람도 식구야?"


할아버지는 달력을 찢어서 하얀 뒤편에 식구를 한글로 한자로 적으시면서 말씀 하셨다.



"경화야 가족은 피를 나눈 사이지만 식구는 달라. 한 솥에서 나오는 밥을 같이 나누어 먹으면

그런 사람들을 식구라고 부르는거야. 이제 알겠어?"


"경화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란다. 마음을 나누면 피가 안 섞여도 식구가 되는 거지."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또 물었다. "그럼 마음을 안 나누면, 같이 먹어도 식구 아닌 거야?"



할아버지는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고 말씀하셨다. "그래. 밥을 함께 먹는 건, 그 사람의 하루를 같이 살아주는 일이야. 그런데 마음이 없으면, 그 밥은 그냥 밥일 뿐이지."


나는 그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아직도 마음이 밥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할아버지와 먹는 밥은 늘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나를 웃게 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알겠다. 우리가 함께 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식구 되게 했다는 걸.


밥상 위에 놓인 마음 하나가, 사람을 안아주는 방식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이 지금의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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