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새끼손가락 문제가 아니다

기타는 코드를 연주하기 위한 악기이다

by GuitHarmony
중요!!
스피드 메탈만이 기타가 담당하는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해악이 될 내용이 전부이므로 지금 바로 이 글을 그만 읽기를 바람


새끼손가락이 짧으면 기타를 못 치나요?

온라인상의 기타 커뮤니에 자신의 손가락 길이를 평가해 달라는 사진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것과 손가락의 길이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혹은 진짜 관계가 있는 것일까? 손 작아도 피아노 잘만 치는, 내가 버클리 다닐 당시에 한국인으로 처음 전액 장학금을 받은 피아노 치는 여학생은 키도 작았고, 손도 작았다. 기타를 연주하는데 새끼손가락의 길이는 정말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기타 지판을 정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타 교육계는 많은 시스템을 제공해 왔다. 케이지드 (CAGED) 시스템, 쓰리 노트 퍼 스트링 (Tree-Note-Per-String: 줄 하나에 세 개의 음씩 균일하게 있는 스케일 모양. 속주, 스피드 메탈에 주로 사용) 등등. 그렇지만 과연 기타를 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시스템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그들을 질려버리게 만들었을까? 많은 이들을, 특히 기타에 진심인 사람들일수록, 더욱 빠르게 기타에 지쳐버리게 한 것이 기타 지판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스템들이다. 이 백해무익한 시스템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시스템들은 기타 지판을 포지션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기타 지판에 어떠한 포지션, 어떠한 시스템이 있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포지션 플레이는 어디에서 유래했는가 이고, 그러면 기타에 맞는 올바른 접근법은 무엇인지, 그것은 실제 존재하는지에 집중해 보자.


String Instrument


현악기. 기타는 현악기인가?

그렇다. 그렇지만 기타는 ‘튕기는 악기’ 군에 속한다. 영어로는 plucked instrument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악기라고 하는 악기들은 bowed string instrument, 한글로는 용어가 없고 번역해 보자면,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 정도 되겠다. 내가 이렇게 분류를 세분화하는 이유가 있다. 포지션 플레이는 바이올린, 첼로 등의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들이 주로 사용하는 교수법이기 때문이다.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들이 포지션 플레이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 줄이 4개밖에 없다.

2. 악기 자체가 단선율을 연주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두 번째 이유를 좀 더 상세히 해보자면, board의 곡률, radius, 이 기타의 그것과는 다르게 너무 둥글게 되어 있어서 활로 2줄 이상을 동시에 긁어주기가 쉽지 않다. 긁는다 하더라도 연주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강한 소리만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많다.


그러면 기타를 보도록 하자.

기타는 단선율 악기인가? 단선율 악기들은 보통 합주를 하기 위해 모여서 연주를 하곤 한다. 예를 들면 현악 4중주, 금관 5중주, 혹은 목관 4중주 등. 그렇지만 기타는 그렇지 못하다. 기타는 오케스트라에도 자리가 없을뿐더러 기타들끼리의 앙상블도 흔하지 않다. 기타 앙상블을 위한 곡이라는 형태로 음악역사 시간에 언급될 만한 유명 작곡가가 작곡한 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들어보고 싶습니다. 협주곡 제외)

그러면 이제 기타의 특징을 이해하고 기타를 기타답게 연주하기 위해서 특징을 정리해 보자.


1. 기타는 줄이 6개이다

2. 기타의 표준 튜닝은 3번 줄과 2번 줄 사이만 장 3도이다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은 2번이다. 기타의 역사는 피아노의 역사까지 아우를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기타의 외관 형태를 유지한 것도 오래되었다. 기타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한다면 기타라는 악기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원하는 음의 조합으로 조율을 하여 원하는 사운드를 기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타에서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현을 조율하는 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표준 조율음은 기타를 제작하는 데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업계에 오랜 시간을 거치며 뿌리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 표준 조율음을 보게 되면 가장 낮은음부터 차례대로 E-A-D-G-B-E 이렇게 된다. 이것을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지나갔지만, 기타의 특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3번 줄과 2번 줄에서만 음정관계가 장 3도인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완전 4도.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니면 이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새끼손가락 사진만큼은 아니어도 해외 기타 유튜버들을 보다 보면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 중에 이러한 내용들도 있었다. 기타 줄의 2번과 3번 줄의 조율 또한 장 3도가 아니고 완전 4도 튜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한두 명은 넘어 보였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이것이다. 그러게 하면 스케일 블록을 외우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만 되면 기타에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기타 줄의 2번 줄과 3번 줄의 조율을 완전 4도로 바꿔서 연주한다는 것은 기타라는 악기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 그들은 기타를 단선율 악기로 접근한 것이다. 줄 6개가 달린 단선율 악기. 자, 그렇다 줄이 6개나 달린 단선율 악기이다. 진짜? 단선율 악기가 왜 줄이 6개나 필요하지? 다른 현악기들은 줄이 4개만 있어도 충분히 단선율 악기의 역할을 하는데? 그러면 기타가 6개의 줄을 갖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렇다. 기타는 코드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인 것이다.


**참고**

유튜브 채널에서 쇼츠로 해당 내용을 올렸었더니, 오케스트라에 기타가 없는 이유는 소리가 작아서 그런 것이다라는 역사적인 고증을 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사실을 몰랐지만 알게 된 후에 지금도 저의 내러티브에 넣지 않은 이유는 제 포인트와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타는 코드를 치기 위한 악기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게 핵심입니다. 오케스트라에 고정 자리가 있는 악기들은 코드를 연주하는 악기들이 아닌 것, 단선율 악기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기타에서 6줄을 사용하여 코드를 연주하고자 한다면 2번 줄과 3번 줄은 장 3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드의 음배열에 맞게 손가락 운지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기타를 어렵게 대하는 이유 첫 번째:

기타는 코드를 치기 위한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 블록을 외워야만 할 것 같은 환각에 빠지게 되었다.


위의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빠진 게 아니고, 빠지게 되었다는 것. 그럼 누군가 빠지게 한 주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나의 모교인 버클리음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 내용에 힌트를 줄만한 아래의 인용구들을 보자.


Barry Harris - I never heard in my life Modes, but I learned how to play jazz. Why they have come up with this nonsense, because suddenly they said: oh, we can make some money off of this… we can sell Modes!

나는 내 인생에서 Modes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재즈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왜 그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왜냐하면 갑자기 그들이 말한 거지: 오, 우리는 이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는 모드를 팔 수 있다!


Hal Galper - I consider Chord Scale relationship is totally bogus way of teaching improvisation. It is shortcut … because they can sell it to you. We are in business here.

나는 코드와 스케일 관계가 즉흥 연주를 가르치는 완전히 가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것을 당신에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사업을 하고 있다.


위의 내용의 자막 있는 쇼츠를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 클릭

쇼츠보기


여러분들이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았을 때 접했을 내용의 근본은 버클리의 Modern Method For Guitar라는 책에서 나왔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그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졌는데, 내용이 다른 거 없이 기타의 포지션에 따라서만 나누어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타 지판에 점찍어 놓은 점도표를 나누어 주며 스케일 블록을 외우게끔 하는 교수법 또한 버클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서 새끼손가락의 길이는 기타를 잘 치는 것과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기타는 코드를 연주하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진 악기이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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