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런 소릴 해 죽을래
우울증과 공황이 찾아오면서, 나는 점점 대중교통을 타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뻥 뚫린 곳에 사람이 많은 건 괜찮았는데, 비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더 버거운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택시를 타게 됐고… 나는 아파서 돈을 벌지 못하니, 택시값은 고스란히 아빠의 몫이 됐다. 이십 대 후반 자식이 제 용돈 벌이는커녕 빚만 늘리고 있다. 후후. 나 제법 쓰레기 같은데? ^^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가끔씩은 버스를 타기도 했고, 옆에 지인이나 가족이 있으면 지하철을 타기도 했는데. 탈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는데, 무언가 나를 짓누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버스는 창문이라도 열 수 있으니 괜찮다. 지하철은 더 많은 사람에다 사방이 막혀있으니 더 숨 막히고. 언제쯤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괜히 앞날이 막막해진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황장애, 그거 완전 연예인 병 아냐?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 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잖아."라던지. 전혀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런 말은 아픈 사람들에게는 꽤 타격이 심한 말이니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 관심 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관심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데 자꾸 어지럽고, 메스껍고, 무서우니까. 우리도 어쩌지 못하는 거다.
지인들에게 택시를 타고 다닌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열 명 중 다섯은 "너희 집 부자구나"라는 말, 넷은 "엥? 택시요?"라는 말들이 나온다. 내 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아는 사람들이 가끔 그런 반응을 하면 속상할 때가 있다. 마음 같아선 '네가 우리 집 재산현황 제대로 확인했냐?' 라며 육두문자를 장전하고 싶으나, 지성인으로서 참고 있다. ^^! 내가 우리 집 부자였으면 이런 글도 안 써요.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다니고 싶어요. 제발.
아무튼 결론은 그렇다. 이동하려고 뭘 이용하든 간에 마음은 다 불편하다는 것.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만, 그 행동이 어딘가를 또 갉아먹고 있다는 거다. 그게 부모의 지갑이든, 내 정신상 태이든... 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이게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울과 공황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적당한' 외출이 필요하다. 하기 싫어도 사회생활을 꼭 해야 하고... 나도 마음 같아서는 방 한 칸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하게 되는 거지, 뭐..
이 글을 통해서, 공황장애에 가진 사회적 편견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지기를 바란다. 내 글 하나가 무슨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환자들이 세상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그들의 삶에 너무 큰 고통이 있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이만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