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벽지처럼
시간은 우리의 경계에 주름을 새기고
한때 찬란했던 빛깔들은
서서히 그 윤곽을 흐리며 슬며시 사라져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완전함 대신
결점과 부서짐을 품는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그 퇴락의 자태는 더없이 우아하고 정직하다
가장 빛나던 순간보다 더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
그것이 바로 퇴락미 아니겠나
삶의 모든 것이 서서히 부식되어가면서도
아름답게 변해가는,
끝나지 않는 서사임을 나는 믿는다
사랑을 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