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대기 속을 유람하듯 스쳐갔습니다
너를 닮은 잔기운이 하늘에 묻어 있었고
그 바람은 아직도, 나의 이마를 설레듯 스칩니다
너는 사라짐의 방식으로
늘 가장 가까이 있었지요
말끝에 감도는 탄산처럼
익숙한데 다 잡히지 않는 감정으로
나는 그 여름의 오후마다
희미한 네 흔적을 흡입하듯 삼켜냈고
그 향이 폐 속까지 스며드는 걸
조금도 막지 않았습니다
구름은 해체되면서도
어디에도 머문 적 없는 존재였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무정형의 아름다움 안에서
당신을 오래도록 지켜 주고 싶었어요
지금도 바람이 한 번 휘돌 때면
그 시절의 기류가 다시 내 마음을 스쳐가요
맞아. 그때 우리는, 소다향 구름 아래서
가장 조용하게 사랑하고 있었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