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도 단위가 있다면 좋겠어
밀리미터 단위로,
당신과 나 사이 벌어진
거리의 수치를 잴 수 있다면
혹은 데시벨처럼,
내 안에서 울리는 당신의
이름 소리를 측정할 수 있다면
심지어 온도처럼
그대 없는 시간은 몇 도쯤 식어가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었을까
밤마다 되감는 기억의 길이,
문득 흘러드는 잔향의 농밀함,
무의식에 각인된 말투의 진폭까지
그 모든 감각을
숫자로 환산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 당신을 손에 쥘 수 있을까
하지만 그리움은 언제나
눈금 없는 저울 위에 쌓이고
나는 오늘도 무게 없는 마음 하나에 무너지곤 해
그리움도 수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나는 더는 이 모호함에 매번 휘청이지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