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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일하기에서 나답게 살기로

직장인 독립 실험의 새로운 목표

by Onda

지난주에 <마음 단단히 일합시다>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과 맞물려 생각의 확장이 있었다.


안된다는 생각 대신, 하나라도 더 하자.

지난 글에 썼듯 휴직하고 생각보다 큰 회사 밖의 여유가 불편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사는 어디를 가야 할지, 지금이라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했다. 그러다 연말까지 내게 시간을 준다고 정했는데 굳이 더 빠르게 돌아가거나 지금부터 고민하는 대신, 그 시간에 회사를 독립할 방법을 더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실험의 끝에 회사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무언가를 더 해두어야 후회가 없을 테고, 또 무언가를 만들어 놓으면 계속 병행할 무언가가 생기는 거니까. 그래서 지금 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실컷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설명하는 단어

24년 5월쯤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나답게 일하기’라고 정리했었다. 밥벌이는 계속해야 하는데 내가 일하는 환경에 따라 내 행복이 너무 좌우되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잃지 않고 나답게 일했으면 했다. 나답게 일하려면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2) 그 일을 잘하고 3) 그 일을 마음 단단히 해야 하는데, 내가 그동안 썼던 글들은 의도치는 않았지만 모두 이 세 갈래에 맞춰 나답게 일하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쯤 예전의 나와 비슷한 상황에 괴로워하는 지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도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루빨리 자신에게 맞는 곳으로 옮기고 싶어 했지만, 회사라는 곳이 내가 원하는 대로 공고를 열고 나를 뽑는 것도 아니다 보니 버티는 중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나답게 일하기’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버텨야 하는 시간은 늘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돕고 싶었다. 그래서 ‘나답게 일하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에 닿았고, 그 틈을 채워준 게 바로 ‘이야기를 통한 회복’이었다.


이야기를 통한 일상 회복

내가 아무리 나답게 일하려 노력해도, 내게 크게 영향을 끼치는 환경은 내 마음대로 쉽게 바꾸지 못한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고 바꿀 때까지 버티는 시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나는 무엇으로 버텼나 돌이켜보면, 출퇴근길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읽는 시간만큼은 내가 살고 싶지만 살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 버텼다. 그리고 다이어리에 힘든 시간을 털어놓고 그 시간들을 글쓰기로 재편집하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나를 위로하는 1) 이야기를 읽고 2) 쓰고 3) 나누면서 ‘이야기를 통한 일상 회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통해 일상을 회복했던 것처럼 힘들 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생각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써보면,

1) ‘나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읽고’에는, 내가 읽고 위로가 되었던 책들을 소개하는 큐레이션을 할 수도 있고, 이 책들을 같이 읽는 북클럽을 해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내 오랜 꿈 책방을 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2)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쓰고’에는, 글쓰기 모임을 해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글쓰기 키트나 다이어리, 펜 같은 문구류를 만들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3) 마지막으로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나눈다에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을 만들어봐도 좋고, 다 함께 책을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확장된 키워드- ‘일과 삶을 나답게’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확장되었다. ‘나답게 일하기’에서 ‘일과 삶을 나답게’라는 키워드로 확장했다. ‘나답게’라는 큰 키워드 밑에 1) 나답게 일하기와 2) 나답게 살기/회복하기가 있었다. '나답게 일하기'는 그동안 남긴 글들이 설명하고, 이제는 2) 나답게 살기/회복하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키워드를 찾고 보니 예전에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몰라 구석에 정리해 두었던, 글쓰기 모임, 다이어리 같은 문구류 만들기, 소설 쓰기 등의 키워드가 한 페이지에 정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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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써놓고 보니 참 거창한데 내가 살면서 얻은 문장 중 하나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다. 그래서 이렇게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부터 먼저 정리해 둔다. 앞으로 열심히 책도 읽으면서 인풋도 늘리고, 9월부터 소설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다음 할 일이 보이지 않을까?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던히 회사 생활을 잘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게 상황을 읽어내는지, 이런 내가 싫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때의 시간들이 쌓여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들의 근원이 되고 내 정체성이 되었다. ‘회사에서의 나’를 시작으로 ‘마케터’라는 단어가 나왔고, ‘일에 대한 글쓰기’가 나왔다. 그 이후에는 ‘나답게 일하기’라는 키워드를 찾았고, 이제는 ‘일과 삶을 나답게’로 확장되었다. 그렇게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작은 문장, 작은 글 하나가 다음 실험의 단서가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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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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