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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넥도트

꼬르륵

커피랑도서관

by 투명인간

빈속에 따뜻한 녹차를 들이켜다 보니

배 속 시계가 들켜버린다.

꼬르륵,

천둥소리에 놀란 개처럼 두 눈이 커진다.


아무도 없는 주위를 괜히 살피며

조심스레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긴다.

붉은 새벽,

청소차 소리보다 요란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쯤 책을 읽고 나서

휴게실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긴다.

낡은 의자,

죽은 갈색 테니스공을 신은 다리 위에

살짝 몸을 맡기는 와중


녹차와 옥수수차 티백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오늘은 나를 데려가 달라’는

고요한 눈빛을 보낸다.


나는 제일 앞의 멀끔한 녀석을 골라

다시 내 지정석,

60번 자리로 돌아와

책과 눈을 맞춘다.


다시 한번,

이 시간이 얼마나

고요하고 따뜻한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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