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학회에서 뭐해요?

가고싶지만 가기싫다.

by 선인장

대학원생활의 빠질 수 없는 이벤트

다들 ‘학회’하면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나에겐 학회란 ‘연구비로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이라고 표현해서 좋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가고 싶지 않지만 강제로 갈 수밖에 없는 여행이랄까…?


학회 가는 횟수는 랩실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1년에 4번 정도, 분기마다 한 번씩은 갔다.


보통 내가 참가했던 학회들은 관광도시의 호텔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많은 학회들이 그럴 것이다.

(특히 교수님들이 골프 칠 겸 제주도를 학회장소로 원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다들 겸사겸사 그 도시로 가는 길에

휴게소도 들르고~ 맛집도 가고~카페도 들리곤 한다.

학회 참여라는 분명한 명목이 있으니 이 여정을 연구비처리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행을 겸해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학회에 참석한다.

(물론 구두발표가 있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보통 2-3일 동안 진행되는 학회에서 메인일정은 둘째 날 오후에 마무리가 된다.

그 일정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 부스체험도 하고, 일로만 만났던 다른 기관 사람들과 좀 더 사적모드로 편하게 안부를 물으며 친분을 쌓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경품 추첨 등등 소소한 이벤트도 있다.


그리고 학회 일일알바를 하게 될 때도 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쏠쏠했다.

혹시 학회 아르바이트 할 기회가 생기거든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학회의 장점.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통 우리는 하나의 실험실에서 몇 년간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대학원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그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없다.


그래서 다들 궁금할 것이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포스터나 발표자료 만드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


그걸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곳이 학회인 것 같다.

그동안 같은 랩실의 선배의 자료를 토대로 해온 게 국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위치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해외학회의 경우 그 비교대상이 전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학회참여는 귀찮아도 확실히 좋은 경험이 된다.


간혹 학회 가는 것은 시간 아까운 일로 여겨 1년에 한 번 참여할까 말까 하거나 포스터 게시만 하고 바로 학교로 복귀하는 랩실도 있긴 하다.

이를 보면 나름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학회참여는 우수발표상, 우수논문상 등 상장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학회에서 주는 상은 내부입김이 꽤 강하게 들어간다는 말도 많지만,

막상 받으면 생각보다 꽤나 기분 좋고 뿌듯하다.


학회의 단점.

학회 가기 전까지 그 준비과정이 너무 괴롭다.


앞서 말했듯이 약간 지역여행 가는 기분으로 떠난다고 하였다.

이때, 마음 맞는 친한 사람들끼리만 가면 참 좋겠지만…!


어떤 교통수단으로 가는 게 최적인지 비교해 와라… 어디 갈지 일정을 짜와라… 맛집 리스트 뽑아봐라… 숙소 어디 갈지 나한테 다 보고하고 정해라… 밤에 회식할 만한 식당 찾고 예약해 놔라…


교수님이 시키는 거면 그냥 체념하고 하겠는데 꼭 꼰대선배 한 명이 온갖 것을 시킨다.


그리고 이걸 연구비 처리하기 위해 여러 카드로 나눠서 결제하고, 영수증 관리하고, 여비청구 나눠서 하는 과정까지 너무 손이 많이 간다.


정작 학회를 위한 포스터 제작 등은 크게 어렵지 않게 진행이 되지만

이 외에 겸사겸사 하려던 일이 주객전도 되어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학회 이야기였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학회가 진행되었다.

이것도 나름 좋은 형태였다.

특히, 해외 학회에 참여하기 꽤나 좋은 형태이다.


사실 난 해외로 직접 가서 학회참여한 경험이 좀 좋지 않아서 그런 걸까,

코로나 시절 온라인으로 참여한 해외학회 경험이 꽤나 좋았다.


학회로 직접 해외를 가는 건 참 좋은 경험이지만

거의 일주일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실 해외 가서 가이드처럼 통솔해야 하는 게 가장 싫었다.)


요즘은 온라인 학회가 많이 축소되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종종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칭하며 일부 포스터 발표 섹션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해외 학회들이 있다.


만약 해외학회를 경험하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학원생은 이런 학회참여도 고려해 보길 바란다(교수님이 찬성해야 가능한 현실이지만).


이제 몇 년 지난 학회는 내가 무슨 포스터로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리고 그때의 나와 지금 내가 쓰는 연구주제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도 새삼 신기하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과연 나는 학회에 참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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