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게 된 이야기
프롤로그: 서른에 이혼했다.
서른에 이혼했다.
내 나이 서른,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남겨진 것은 4살 아기,
LH로 계약된 전셋집 하나,
결혼 후 엉망이 되어버린 커리어,
정리되지 않은 채 서랍장에 박힌 이혼서류,
그리고 가뭄에 바싹 마른 논밭을 빼다 박은 내 통장들까지.
이혼이라는 단어는
무수한 감정을 함축하지 못한 채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고,
내 눈앞에 붙어 다녔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과 꽃으로 장식되어
수많은 손들의 마주침으로
환희가 가득했던 화려한 시작과는 달리,
이혼 너머의 잔인한 일상과
다툼으로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내야 하는
살을 에는 인내라는 고통은
단어만으론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혼의 그림자를 겪는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아픔이 있다. 그러나 저마다 아픔 속에 피눈물이 있다. 이 고통은 누구나 공감될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한순간, 원수가 되는 일
이혼.
내 인생,
왜 이혼을 겪어야만 했는지,
나는 무슨 잘못을 했던 건지,
아니 어디서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던 것일지.
수많은 고민과 혼란 속에 갈기갈기 찢겨
흩어진 마음들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3달 가까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웹툰, 애니메이션, 유튜브를 전전하며
밤을 견디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았다.
나를 설명할, 내 상황을 설명해 줄 이들의 목소리로
방 안 어둠을 채워 불안을 달래곤 했다.
모으고 구기고 버리고 다시 줍고를 반복하며 난 이혼이라는 과정의 결론을 내기로 했다.
나는 내가 되기로. 더 나은 내가 되기로. 나를 이제는 내가 위로해 주고 안아주기로. 그렇게 결정했다.
비난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사회적인 눈총에는 눈을 감았다.
쓸데없는 이야기에는 입을 닫았다.
다만, 아이의 고충에 마음을 열었고
나와 아이를 사랑하기 위한 삶을 택했다.
이혼이라는 깊은 상처를 견뎌내는 길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아픈 이혼이 아닌, 적당한 이혼의 방안을 찾았다.
실패감에 사로잡혀 어깨를 바닥까지 내렸던 나날들, 울적함이 불쑥불쑥 찾아오던 낯선 순간들이 여전히 내 걸음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여전한 슬픔과 복잡한 선택의 기로 속에서
이 이야기는 실패담이 아닌 내가 나로 살아가기 시작한 설레는 여행담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기로 했다.
서른에 이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