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념

by 지안


네 골똘한 생각의 끝을

나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일.


내 스며든 감정들을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야 하는 일.


더 이상 모호한 환상에

기대를 하나 둘 더하지 않는 일.


펼쳐놓았던 낙서 종이들을

끌어 쓸어 담아 버리게 되는 일.


내게 남은 온갖 잔상들을

꾹꾹 눌린 자국까지 깨끗이 지워내는 일.


자동차를 벽에 들이받아

기억이 잊혀지면 더없이 좋을 것 같은

그런 일.


단념.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0화내가 듣고 싶어 네가 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