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by 지안


1

스쳐가듯 꿈에서만 보이던

그 모습을 실제로 다시 본 것은

단잠과 같았지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찌는 더위에 땀 흘리며 견뎌내는

잠이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아닌 모습들이

날아와 나를 건드리고 난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단잠은 그렇게 눈을 뜬 순간

신기루처럼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말지


2

언젠가 그 무렵의 따스함과

그즈음의 선선한 공기가 맞닿은

그때에 비로소


다시 단잠에 들 수 있을 테지

설령 한두 시간에 불과한 대낮의

수면일지 몰라도


익숙한 내음과 흠뻑 빠질 타이밍

단잠에 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시간이라면


기어이 눈을 감고 온몸을 내주어

몇 번이고 빠져들 법하였던

그날의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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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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