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곁으로 가을비에 짙어진 녹음과 초록의 향들. 비의 냄새는 풀의 공기 중에 흩날려둔 이야기의 내음을 붙잡고 그 위의 나무들은 귀를 내밀어대는 움직임의 향을 더한다.
그리곤 맡아본 적 없는 새로운 가을이 코 끝에 스친다. 조금은 향긋한 가을과의 만남, 아니 사실 새로울 것은 없는 재회일지라도. 높던 온도에 지쳤던 헐떡임이 씻어 내려진 안도의 한숨.
코를 통해 내게도 즐거운 숨결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다시 걷고 뛸 수 있을만큼 근육에 산뜻한 산소를 더한다. 그런 가을. 다시 가을. 조금은 안도해도 되는, 조금은 익숙해도 새롭게 바라볼 그런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