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by 지안


형체가 갖춰지지 않은 채로
뒤엉킨 모습으로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후비며 자라난다.

이것은 작은 의심을 먹으며
사소함에 불을 지피기도 하며
멀쩡한 벽을 긁어 아픔을 자아낸다.

근본을 찾지 못하면 한없이 불어나
나를 삼키게 되지만, 삼키는 줄 알면
다행인 건지 시야를 자욱하게 가린다.

시초를 자세히 찾아 살피었더니
결국엔 사랑.

나를 떠날까 결국 혼자가 될까,
내게 질릴까 내게 실망하게 될까,
결국 변할까 사랑이 변색될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겉을 가득 둘렀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나를, 그리고 너를

조금도 남기지 않고 갉아먹었다.


두려움은 사랑을 남기지 않고

작은 부스러기까지도 소멸하도록

곧 어둠 속에 다시 갇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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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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