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요란

by 지안


거센 비 거리 울린다
잔디 두들기고
잎 사이를 스치고
보도블럭을 내리친다
온 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느 곳에선 이 비에도
스치는 소리 귀 지날만큼
작게 들리어도
어떤 곳에선 온 골목
울리도록 우렁차다

함께 내리는 비도
뜯어보면 한가닥의 군집
수없고 한 없는 비들의 모임
모여서 온 세상 시끄러우리만큼
흔들어보는 이들의 위세

작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잎 사이를 지날만큼 적어도
얼만큼의 소란을 빼고
나뭇가지에 걸려도 보고
잎 위에 머물러도 볼 정도의

작은 요란에 즐거우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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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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