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배우는 모든 이에게, 내가 먼저 건네는 이야기
처음 비전공자로서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포토샵 입문반 수업을 듣던 어느 날, ‘누끼 따기’를 배우게 되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는 기술이었지만,
그 단순한 작업조차 내겐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카데미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왠지 모를 불안감에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괜히 겁 없이 이 일에 뛰어든 건 아닐까?’
‘비전공자인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전공자들은 훨씬 쉽게 해내겠지?’
돌이켜보면, 누끼 따기는 그저 바느질처럼 손이 익을 때까지 반복하면 되는 단순한 기술일 뿐이었다.
지금은 글을 쓰면서도 이런 하찮은 걸로 고민을 했던 시절도 있었나 하며 웃고있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것이 마치 내 디자인 실력을 증명하는 시험대처럼 느껴졌다.
다행히도 누끼 따기에 대한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그 뒤로도 더 큰 고민과 두려움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툴은 공부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 이론, 협업, 커리어에 대한 깊고 무거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고민에도 깊이와 무게가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비전공자로서 디자인을 시작한 우리 모두가 비슷한 순간을 겪었을 것이다.
‘내가 과연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같은 불안 속에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성장의 순간은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불완전한 상태에서라도 계속 시도했을 때 찾아왔다.
이 완결편의 글을 읽었다고 해서 당신의 여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당신이 마주할 길은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두렵다.
프로그램과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것들을 익히는 데서 오는 막막함,
팀과 협업하면서 부딪히는 갈등,
커리어를 선택해야 할 때의 혼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이미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디자인은 책상 앞에서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만들어보고,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통해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작은 실험을 시작하라.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하나의 화면을, 내일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그려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들이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당신만의 디자인 언어가 된다.
여정을 시작할 때 누구나 두려움을 가진다.
하지만 두려움은 당신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시작하는 용기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비전공자”로 불리지 않는다.
이미 스스로 배우고, 부딪히고, 만들어냈다면 그 자체로 디자이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디자이너다.”
이 문장이 앞으로 당신의 길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