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옥상에 놓인 평상에 누워
바람소리를 듣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보게되는 낯선 편지가 들려왔다
세숫대야의 물에는 초승달이 흐리고
참방참방 세수를 하고 노란 수건으로
빤질하게 이마를 닦는다 또 다른 얼룩이 생기게
그 얼룩은 다른 얼룩을 타고 발끝까지 내려와
나의 그림자 마저 삼켜 먹는다
그림자 속에 들어간 얼룩은 편지 속의 한 단어가 되어
소리를 타고 언덕으로 돌아온다
바람의 노랫소리를 듣고 잠이 들어버린 나는
세상 그 어떤 과일보다 달달한 잠에 빠져버렸다
아주 깊이ㅡ
입 속에 시다못해 쓴 노란 레몬이 나를 깨운다
눈을 뜨고 바람 소리를 저멀리서 천천히 듣고 있다
갓난 아이가 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