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11. 스위스, 포르투갈 여행
어릴 적 영화 '반지의 제왕'을 재미있게 봤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가 스위스라는 걸 알게 된 후, 스위스가 정말 아름다운 요정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언젠가는 알프스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려한 건물과 랜드마크, 역사적인 건물들도 아름답지만, 자연이 주는 힐링과 감동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나라 자체가 엄청나게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혼여행지로 많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나라라고 하는데, 아름다운 경치와 맛있는 음식, 사람들의 인심을 보며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해산물 요리도, 와인도 포르투갈에서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12. 턴테이블, LP수집
요새 라디오를 듣는 취미가 생겼다.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여, 헤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몇 년 전, 친구가 영화 '노팅힐' LP를 선물해 주었다. 턴테이블을 검색하다가, 이왕이면 제대로 된 턴테이블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구매를 미루게 되었다. 가격도 그렇고, 놓을 자리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턴테이블을 사면 LP도 여러 장 구매해야 될 텐데, LP의 가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노팅힐 LP 한 장 때문에, 구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은 스피커와 헤드폰이면 충분하다는 위로를 하며 훗날로 미루었다. 여유가 생기면, LP를 모아 LP만의 감성을 느끼며 음악을 듣고 싶다.
특히, 재즈와 클래식.
13. 목공 배우기
20살 대학교 1학년 시절, 과제를 위해 문래동 목공소에 간 적이 있었다. 허름한 목공소였지만, 연필통을 만들며 나무 냄새와 목공의 감성을 느꼈다. 군생활을 할 때에도 부대 내에 목공소가 있어, 작업을 하러 자주 방문하곤 하였다. 기관지에는 좋지 않겠지만, 나무의 냄새, 못 박는 소리, 기계 소리, 왁스 냄새 등 아날로그 적인 낭만이 넘치는 공간이다. 손재주는 없지만, 목공을 배워서 간단한 가구 등을 만들며 취미 생활을 해보고 싶다. 노후에 시골 생활을 한다면, '삼시 세끼'의 유해진 님처럼 간단한 목공 작업들을 하며, 나만의 가구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14. 형한테 시계 선물하기
형은 늘 나보다 잘난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여,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런 형에 비해 나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언제나 나는 형한테 도움을 받고, 무언가를 선물해 본 적은 없다. 지금도 형은 부모님께 많은 도움을 드리지만, 나는 드릴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형이 너무 고맙고, 미안하지만 언젠가는 꼭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 그게 꼭 시계가 아니더라도,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형에게 값이 비싼 선물을 하고 싶다.
15. 친구들 생일 챙기기
나는 선물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느 순간부터, 관계에 대해 손을 놓아버린 시점부터 경조사나 친구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놓아버렸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관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경조사조차 챙기는 걸 미뤘다. 어떠한 대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지속하고 싶다. 대단한 값이 나가는 행위가 아닐지라도, 책 한 권이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축하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16. 지프
지프차의 로망이 있었다. 차의 종류도 잘 모르고, 차에 대한 욕심도 없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지프차를 운전하는 로망은 한 번쯤 꿈꿔보았다. 연비나 승차감 같은 것은 잘 모른다. 그냥 남자는 지프, 랜드로버, 쥐바겐 이런 차를 몰며 낭만에 젖는, 그 정도의 허세 섞인 로망을 갖고 있다. 목공 일을 하고, 차에는 공구 박스를 실어, 지프 차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철없는 남자의 허세와 로망. 그 정도이다.
17. 미술작품 구매
공무원 학원에 다닐 때, 원장 선생님의 취미가 미술작품 구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장님은 고가의 미술품들을 학원에 전시하셨고, 쉬는 시간에 미술품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다. 미술에 조예도 없고,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술작품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재테크의 일종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그냥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가의 작품이 아닌, 신인들의 작품을 구경하며 그들의 꿈을 사는 것. 그러다가 그분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것. 그러다가 값이 오른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18. 봉사하기
군생활을 할 때, 주말마다 요양원에 봉사를 간 적이 있다. 청소를 하고, 어르신들 산책을 도와드리고, 야외의 간단한 작업을 도왔다.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젊은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으시는 듯했다. 봉사를 하며, 힘들지만 뿌듯하고 보람찬 기분을 느꼈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함으로써 그 기운을 내가 다시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봉사가 악용되는 사례들도 많지만,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대단한 일들이 아닌,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그게 내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더 좋을까.
글 쓰기 같은 것.
19. 조기축구팀
나는 중학교 때부터 운영해 오던 축구팀이 있었다. 15년 넘게 유지해 왔지만, 최근 여러 사정들로 인하여 운영을 멈추었다. 팀이름은 'SEINE' 세느. 세느는 단순히 축구팀을 넘어, 나에게는 청춘이자 친구이자 추억이다. 언젠가는 예전 친구들과 다시 SEINE 축구팀을 하며, 운동도 하고 야유회도 가고, 늙어서도 서로를 탓하며 운동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유대감이라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같은 축구팀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한다는 것만으로 그 관계는 오래 돈독해질 수 있다.
새로운 것보다, 오래된 것을 지키는 일을 좋아한다.
그렇게 해낼 것이다.
20. 작사가 되기
나의 롤모델은 '김이나' 작사가님이다. 뛰어난 언변과 미모, 필력, 작사실력까지. 얄미울 정도로 잘 난 사람이다. 글을 쓰는 것이 꿈이 된 이후로,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그런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고, 요행을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꾸준히 글을 쓰고, 좋은 책을 내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고, 내가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작사이다. 곡에 맞는 주제, 감성과 짧은 글 속에서 단어 하나하나 선택하여 가사를 쓰는 것. 그 가사가 가수의 목소리로 다시 불려질 때.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노래가 주는 그 오케스트라의 합주에 참여해보고 싶다.
좀 많을 수도 있지만,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20가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 체크리스트를 통해 한 것과 하지 않는 것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정해두는 것이 결국에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잘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이 버킷리스트가 100개가 되던, 1000개가 되던. 그중에 이루는 게 반도 안되더라도.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인생에 감사하며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