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과 직업, 나와 닮은 사람

by Yoni Kim


역할과 직업


엄마는 늘 자신이 집의 문지기라고 말했다.

집을 지키고, 너희를 보호하고, 때로는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는 그런 사람.

그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아빠는 돈을 벌어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바깥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게 아빠가 생각하는 자신의 자리였다.


엄마는 오랜 시간 동안 과자공장에서 일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장에서 일해 항상 달달한 냄새가 배어있는 엄마였지만,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잠깐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미용사라고.


아빠는 자신의 직업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나와 오빠에게도.

아빠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는지 보다도

그 일이 가족을 배불릴 수 있는지였는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의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사진 속에서 엄마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있고,

아빠는 단정한 옷을 입고 있다,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서로 옷을 맞춰 입고


그 사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역할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아들, 딸, 엄마, 아빠


그렇게 불리는 이름들.


사회 속의 직업은 사진 밖 어딘가에 남겨두고

우리는 그저 가족이라는 역할로 앉아 있다.


피로 이어진 사람들,

서로의 이름 대신 역할로 묶여있는 사람들.


그 사진 속에서 우리는

그저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가족이다.



나와 닮은 사람


네가 공부를 잘 못하는 것도 내 탓

네가 우울증을 가진 것도 내 탓

네가 다리가 두꺼운 것도 내 탓

네가 손이 큰 것도 내 탓

네가 자꾸 뭘 까먹는 것도 내 탓


네가 손재주가 좋은 것은 내덕

네가 돈계산을 잘하는 것은 내덕

네가 예의가 바른 것은 내덕

네가 강단 있는 것은 내덕

네가 귀여운 것은 내덕


너는 나에게서 너를 발견하고

나는 너에게서 나를 잃는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