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폭염도 사각 기둥 속에 갇힌
도회적 일상에서는 감각을 무디게 한다.
문뜩“후드득!”하는 양철 두드리는 소음에 고개를 드니
언제인가부터 여우비가 내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시위하듯 손마디 같은 장대비는
금방이라도 양철지붕을 뚫을 기세다.
화들짝 창가로 다가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창문너머로 손등이 따가웁고,
창너머 길게 보이는 초록빛 산하는 눈부시게 시리다.
여우비
한여름 햇볕이 있는 가운데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소나기
집 뒤뜰 장독대 간수에 마음이 바쁘다.
간장독, 된장, 조그만 고추장 항아리 까지
한숨 돌린 마루턱에
앞마당 어머니의 빨래는 순식간이다.
바지랑대 높게 고인 빨래에 비 가림은 어렵고
풀 먹은 삼베옷도 숨죽어 흐느적거리고 질척인다.
더위에 지친 강아지 복실이는 제풀에 놀라
“왈왈왈” 거리며 짖어댄다.
헐래벌떡 삽작으로 들어설 엄니얼굴이 떠오르니
하릴없이 다가서는 복실이만 밉상 이라
엉뚱한 눈길 화풀이 피해 십리나 달아난다.
간곳없어진 소낙비
하늘 높이 매미소리만 남아있네
물색없어 대청마루 한가운대 큰대자로 누운 체로
손가락 마디사이 푸른 하늘 뭉게구름 두둥실 떠갈 적에
다람쥐 멧돼지 산 노루...
산짐승과 온갖 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떠다닌다.
시나브로 비몽 간에
“에헴”하는 할아버지 큰기침이 삽작을 먼저 들고
내빼었던 강아지가 뒷배를 과시 약 올리듯 들어서며
“멍멍멍” 놀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