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전거리 장날 약장수들이 등에 짊어진 커다란 북을 구두 뒤축의 박차와 연결
하여, 북을 울리며 작대기로 동그랗게 원을 그린 안에서 외쳐대며 동동 구리무를 팔았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
직장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만 그만한 동료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직장을 떠났다.
누구는 수명이 그것뿐이었는지 하늘나라에서 장기판을 벌렸고, 누구는 득도하려
술과 담배를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등산 한번 가시지요! 등산이 보약 아닙니까?” 하던 누구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 이다.
소식 없음이 희소식이다.
바쁜 것이 요즘 일상이니까 단체로 얼굴 한번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오래전 볼거리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는 그저 안방 건너방에 모여
잡담과 막걸리가 제격이었다.
지금처럼 TV등 여흥으로 즐길 거리가 별반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큰일 날 번 하지 않았는가?
하루 세끼를 꼬박 공양 받는 사람을 ‘삼식이’라고 희화하던 그 시절 우리는 삼식이를 경외했다.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누군가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세끼를 차려 주는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할 일 없이 배회하는 삼식이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말에 “노후에 일 하지 않으려 나는 열심히 모으고 있다네.“하고 대꾸를 하던 친구는 연락이 두절이다.
“나는 삼식이는 아니다.
한끼는 라면으로 때우고, 한끼는 건너고, 밥은 내가 해먹으니까!“하는 개똥철학은 성립되는 말인가?
사랑방이 사라진 공간은 카톡이 차지했다.
친구들과 공유되는 화두는 건강이야기가 제일 많고 이따금 흘러간 옛날 노래도 올라온다.
정치이야기와 자식 자랑 하는 이야기는 내가 싹을 원천 봉쇄하다.
친구들 사랑방 같은 카톡에 논쟁거리를 차단하여 다툼의 소지를 줄이자는 것이다.
너무 조용하면 성격 급한 누군가 엉뚱한 말로 서로의 정적을 깨운다.
사랑방은 원래 시끌법석 해야 제격이니까
이제 재미 붙인 붓글씨하고 민화배우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소신대로 벽에 명언 한 줄을 써 붙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유쾌하다.
아내가 며칠 후 큰딸의 생일모임에 “큰딸의 생일을 축하해!!”하는 메시지를
써줄 것을 권하다.
태권도로 보면 초록띠를 습득하기 위한 준비 과정일 따름인데 ‘지금 잘하고 있어!’로 나를 고무시키면서
사랑방 수다가 끝나고 먹는 저녁이라면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이 최고다.
파전은 내 소관이 아니거니와
해본 경험도 없으니 그건, 아내의 몫으로 파전이나 육전을 부탁 하여야겠다.
그래도 저녁의 메인 요리는 김치 찌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