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몹시 예민한 사람이다.
남편은 둔감한 편에 속한다. 가끔 예민한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일에 큰 타격을 받지 않고 넘기곤 한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된다고 하는데 글쎄? 나는 아직도 예민의 끝을 달리다 보니 이건 내 기질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제는 어머니와 통화 중에 조금 속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우리 부부는 축하해 주러 미리 어머니 집에 방문했었다. 친구들에게선 축하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잊었을 수도 있지.'
어제 어머니는 그 친구들을 만나고 오셨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물어보았다.
"친구들이 축하해줬어?"
"별 말 없던데? 너랑 X서방이 와서 축하해 줬다고 얘기했는데도 별 말 없더라."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그때부터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머니는 분명 섭섭하셨을 것이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가 와서 축하해 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일이었어?" 한 마디 정도 해줄 수 있지 않는가. 어머니는 웃어넘기셨지만 나는 속이 많이 상했다. 이렇듯 나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일인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여 우울에 빠지곤 한다.
나는 청각이 몹시 예민한 편이다. 때문에 밖에 나갈 때면 무조건 이어폰을 낀다. 원치 않는 소리가 들리는 게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필요 없는 소리를 스스로 걸러서 듣는다고 한다. 내 경우엔 그게 되지 않는다. 모든 소리가 귀에 꽂힌다. 하루는 지친 하루를 마치고 남편과 치킨을 먹으러 갔다. 우리 외에 두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있었고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점점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왼쪽 뒤의 손님들의 목소리, 오른쪽 뒤의 손님들의 목소리, 앞의 남편의 목소리, 위의 스피커 소리가 합쳐져 각자 귀에 꽂히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4명이 내 귀에 달라붙어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남편은 내 눈치를 보곤 포장해서 나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남편이 계산을 하는 동안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이렇듯 예민한 청각은 요즘 내 직장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안 그래도 싫어하는 상사가 바로 옆자리인데, 일이 잘 안 풀리면 욕을 하거나 쩝쩝거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진짜 한 대만 때리고 싶다.'
그뿐인가, 그는 볼펜을 쉴 새 없이 딸각거린다. 나는 스트레스를 참다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도망간다.
이런 예민함은 삶을 살아가는데 사실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단점만 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나는 분위기의 흐름을 잘 읽으며 사람들의 기분을 재빨리 알아챈다. 그것은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나는 섬세와 예민의 사이를 유지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예민 쪽에 치우쳐있다. 마음의 평화를 찾으면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도 성장을 위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