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폭식의 굴레

by 이서안

나는 스트레스에 몹시 취약한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 울렁거림, 근육통, 답답함, 팔다리 저림 등의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은 우울증 발병 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꽤 어렸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스트레스 해소법을 잘 모른다.


성인이 된 후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즐기며 스트레스가 풀리는걸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극적인 음식과 술부터 찾게 되는데, 그것이 건강에는 썩 좋지 않은지라 다른 수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Plan A.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나는 손을 조물딱 거리는 걸 좋아한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보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한 때는 나노블록에 빠져 주말 내내 블록만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들다가도 밤만 되면 홀린 듯 술을 마시러 나가는 것이다.


이후에는 미니어처 DIY를 시작해 보았지만 자그마한 부품들을 섬세하지 못한 내 손은 견뎌내지 못했다. 만들다가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술을 마시러 가곤 했다.


최근에는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지금도 종종 하는데 이것 역시 2시간 정도면 금방 흥미를 잃은 채 내팽개쳐두고 술을 마시곤 한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Plan B. 운동을 해보자.

나는 운동을 싫어하지만 막상 하면 재밌어하는 기이한 성격을 지녔다. 첫 취미운동의 시작은 발레였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발레는 참 좋은 운동이었다. 칭찬을 받으며 흥미가 돋는 듯했지만 귀찮은 마음이 커짐으로 인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이후에도 필라테스, 요가, 헬스 등을 했지만 그저 지칠 뿐 스트레스 해소에는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여전히 운동과 친해지지 못한 채 여생을 보내고 있다.


Plan C. 취미생활을 해보자.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져 보컬레슨도 받아보았다. 이건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고성방가가 될 수 있기에 공간적 제약이 많았다. 따라서 이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바로 풀 수 없었으므로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Plan D. 고요한 평화를 즐겨보자.

모든 시도를 실패한 뒤, 나는 결국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고자 했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집중해서 잡생각을 없애버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행동 역시 3시간 정도면 무너져 밤이 되면 다시 술을 찾곤 했다.


이 정도면 알콜중독이 아닐까 걱정되어 병원에서 상담할 때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려보기도 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마시는 빈도와 양을 들어보시고 왜 마시는지에 대해 들으시고선 별말씀이 없으셨다. 알콜의존증은 아닌 모양인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비만 및 다른 대사 질환을 일으키므로 나는 다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다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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