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5년생이다.
이제는 만으로도 30세이므로 더 이상 젊다고 우길 수가 없다. 최근 들어 내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는데, 그 첫 주자는 통풍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몹시 골골대고 있었다. 병원에서 피검사를 제안하여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요산수치가 8.3으로 정상치 6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으므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회식날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갑자기 엄지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말 아팠다. 발은 붓기 시작했고, 통증을 참다못해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는 깁스를 해주고는 나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게 깁스를 해도 계속 아팠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과를 찾아갔고, 통풍약을 먹고 나서야 발목까지 올라온 부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였다. 나는 내년즈음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데, 통풍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는 게 안 좋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출산 후 약복용을 시작하자고 하셨고 나는 식단 조절에 최대한 신경 쓰기로 했다.
최근에는 명치가 자주 아프고 토를 자주 했다. 위건강이 걱정되어 위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있다. 20대 때는 내시경 검사 예약을 해도 '그냥 뭐 별 거 아니겠지.' 했는데 이제는 너무 떨린다.
그렇게 몸은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그러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는가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도 한참 어리다. 아직도 우울에 대해 컨트롤하지 못하며, 스트레스에 대해 대처하지도 못한다. 책임감을 생각해 출근을 하면서도 다 집어치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어리지도 않은데 아직도 발전 없는 나의 모습에 한숨이 나온다.
사회생활에는 조금 익숙해진 듯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에는 불만이 있어도 얘기해도 되는지 눈치가 보여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나쁜 습관이었고, 말을 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쌓여 나의 이미지는 나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싫어도 업무상 필요하다면 요청할 줄 알게 되었고, 상대방이 껄끄럽게 나오면 상사에게 SOS 칠 줄 아는 요령 정도는 생겼다.
20대의 나를 돌아보자면 망나니였다. 술에 절어 살았으며 절제를 모르고 내키는 대로만 행동했던 것 같다. 그건 결국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내가 날 괴롭히는 행동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30대로 들어서고 나서 절제를 배우는 중이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마시던 술도 이제는 한 병을 채 다 먹지 않고 내려놓는다.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성장이 오로지 나 혼자 이룬 성장일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나를 걱정해 주는 남편과 나를 신뢰해 주는 직장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