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마음이 먼저 다가간 밤

윤호의 시점

제22화. 마음이 먼저 다가간 밤

윤호의 시점

방 안에는 등잔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연한 불빛 아래,
정숙은 붉은 이불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방에 들어서며
문을 조심스레 닫고,
한 손엔 술병을 들고 앉았다.

“잠깐… 같이 한 잔 할까요?”
말을 꺼내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종지에 따라낸 술 한잔.
묵은지와 삶은 달걀 몇 알,
그리고 내가 혼례 전날 직접 장만해 둔 가오리포가
작은 상 위에 놓였다.

우리는 말없이 잔을 주고받았고
나는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마음도 함께 내려앉는 듯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말이 나오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편지를 쓸 땐… 그저 글자만으로 전해질까, 늘 걱정이었어요.”

정숙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슬며시 웃었다.
등잔불 아래 그 미소는
참 단정하고 따뜻했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살면서 많은 걸 약속드릴 순 없겠지만…
단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나는 평생 정숙 씨만 사랑할 겁니다.
그 마음만은 절대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정숙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고,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고요히 머물렀다.


나는 족두리를 조심스럽게 풀어주었다.
두 손으로 살며시 이마를 가린 비단 끈을 풀자,
그녀의 머릿결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것 같아
혹시 그녀에게 들릴까 걱정이 앞섰다.

가슴팍 안쪽에서
쿵, 쿵,
북처럼 울리는 소리에
나는 손끝까지 땀이 맺히는 듯했다.

우리는 나란히 이불속에 누웠지만
그 밤은 말보다
서로의 숨결로 더 많은 걸 주고받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숙은 놀라지 않고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건
두려움도, 당황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한 받아들임.
그리고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애정.

그 밤,
나는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먼저 다가간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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