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의 시점
제24화. 서로의 숨결이 가까워질 때
정숙의 시점
윤호는 참 다정했다.
편지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그 마음을
말이 아니라 눈빛으로,
서툴지만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보여주었다.
“잘해줄게요.
행복하게 해 줄게요.
오늘…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속에만 맴돌던 불안과 어색함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나는 조심스레 족두리를 벗고
겉에 입은 혼례 치마를 벗었다.
그도 웃으며
술잔에 조용히 술을 따라 주었다.
몇 마디 말이 오간 뒤,
우리는 술을 한두 잔씩 나누었다.
쌉싸름한 술맛이
왜 그리도 따뜻하게 느껴졌을까.
그건 아마도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 마시는 잔이어서,
보고픔을 가득 품은 마음으로 마시는 잔이어서
쓴 것이 오히려 달게 느껴졌을 것이다.
술잔을 내려놓고
우리는 나란히 이불 위에 누웠다.
나는 아주 조금,
몸을 틀어 그와 거리를 두고 누웠다.
숨결이 다가올까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고,
그가 나를 조심스레 대하는 것도 느껴졌기에
나 역시 그 조심스러움을 따라 주고 싶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
밖은 여전히 겨울의 끝이라
찬 공기가 창살 사이로 스미고 있었지만,
이불속은 조용히 따뜻했다.
나는 이불속,
작게 고동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심장 소리였다.
처음 손을 잡던 날
개울가에서 몰래 느꼈던
그 두근거림보다도
더 크게, 더 확실하게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그 순간,
나도 그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