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의 시점
제23화. 기다림은 설렘보다 길었다
정숙의 시점
사랑방을 닫은 문 너머로
형부들의 웃음소리,
윤호 씨의 낮은 대답,
그리고 북어포가 툭툭 발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몸을 움츠렸다.
‘다치면 안 되는데…’
웃음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안엔 사람 많은 흥이 섞여 있어서
조금이라도 세게 맞으면 어쩌나
가슴이 자꾸 졸아들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속옷 위로 입은 혼례복이
더운 것도 아닌데 자꾸 답답해졌다.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놓고 앉았지만
그 손이 몇 번이고 흘러내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벌써 들어오셔야 할 시간 같은데…’
문 밖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아닌 걸 알고는 또 고개를 떨궜다.
‘무슨 얘길 하면 좋을까.
편지처럼 조용히 내 마음을 전해도 될까.
아니, 그냥 얼굴만 봐도 좋을 텐데…’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마침내 사랑방 쪽에서
윤호 씨의 발소리가 느릿하게 다가왔다.
방문이 살며시 열리고
그가 들어서자
나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눈을 마주치며 작게 웃었다.
“아프진 않으셨어요…?”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
그도 놀란 듯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괜찮아요.
살살 때리셨어요.
북어포도 말라서 툭툭 치는 정도예요.”
나는 그제야 숨을 쉬듯 안도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형부들이… 장난이 좀 심하셔서…
걱정 많이 했어요.”
그는 그 말에 웃었고
방 안의 등잔불이 살짝 흔들렸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걱정이라는 마음도,
보고 싶다는 마음도,
사실은 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있다는 걸.
그는 상 위에 술 한 병과 안주를 올려두었다.
“같이 한잔 하실래요?”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부터
긴 기다림보다 더 긴
조용한 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