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두 발목 묶인 밤

윤호의 시점


제21화. 두 발목 묶인 밤


윤호의 시점


혼례가 끝나고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가운데

나는 온 신경이 사랑방 문 안쪽에 쏠려 있었다.


정숙이… 지금쯤 어떤 표정일까.

붉은 이불 위에서 혼자 앉아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아, 재빨리라도 방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그날의 긴장과 설렘을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그날 밤,

내 두 발목은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



마당에 상이 또 차려지고

형님들과 동네 어르신들이

북어 다리며 삶은 계란, 묵은 김치를 안주 삼아

기분 좋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윤호 서방, 요즘 젊은이는 시도 때도 없이 편지를 쓴다더니,

정숙이한테도 하루 걸러 보냈다며?”


“형수도 그 편지 좀 보여주시지 그랬어요.

여기서 낭독 한 번 해보게.”


“색시는 말이 없고, 신랑이 훨씬 간절했다더니만.”


모두들 깔깔 웃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


북어 다리를 건네받으며

속으론 이렇게 생각했다.

‘북어야, 미안하다.

내 마음이 지금 너보다 더 말라가는 중이란다…’



시간은 자꾸 늦어졌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술잔보다 더 멀어졌다.


작은아버지가 장난스레 말했다.

“에이, 이제 보내줘야지.

저기 봐라, 윤호 눈이 자꾸 문쪽으로 간다.”


형님들도 웃으며

잔을 다 비우고서야

드디어 일어섰다.


나는 속으로

‘드디어…’ 하고 숨을 삼키고

조심히 방문을 열었다.


안에는 정숙이

붉은 이불 위에 곱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당에선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방 안엔

고요하고 따뜻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그 사람 앞에 앉았다.


그제야—

진짜 혼례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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