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의 시점
제25화. 꽃가마를 타고
정숙의 시점
아침이 훤히 밝았는데도
나는 이불을 덮은 채,
긴 숨만 내쉬고 있었다.
윤호는 옆에서 조용히 자고 있었고,
나는 이미 옷을 다 입었지만
그를 깨울 용기도,
방문을 열고 나갈 용기도 없었다.
혼례날 밤의 설렘은
아직 내 볼 끝을 간질이고 있었고,
내 몸 어딘가엔 낯선 부끄러움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문밖에선
웃음소리와 부엌의 냄새가 어지럽게 섞였다.
사람들은 분명히
우리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더는 기다리게 해 드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나는 조심스레 윤호를 깨웠다.
“일어나세요…
모두 기다리시는 것 같아요…”
윤호는 눈을 비비며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작게 웃었다.
우리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부엌에서 고모님이 소리쳤다.
“에구, 드디어 신랑신부 나오셨구먼!”
며느리 된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부엌으로 향했다.
마루에선 작은 상이 차려졌고,
윤호와 나는 따끈한 국과 흰밥을 나눠 먹었다.
그날의 아침밥은
입으로는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꼭꼭 씹으며 삼켰다.
대문 밖엔
작은 꽃가마가 도착해 있었다.
빨간 비단 덮개 위에
흰 매화가 그려진 가마.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한번 꼭 잡고
꽃가마에 몸을 실었다.
윤호는 내 옆에서
가마가 흔들릴까 조심조심 걸음을 맞췄다.
밤새 비가 내린 듯
흙길은 젖어 있었다.
윤호의 구두 바닥이 자꾸 진창에 박혔고,
나는 그가 넘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조심히 창살 너머로 지켜봤다.
기차역까지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들과 동생들,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까지
모두 따라왔다.
역 앞에서 나는 가마에서 내려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걸었다.
아버지는 멀리서
말없이 나를 지켜보셨다.
그 눈빛엔 말이 없었고,
그 말 없음은 더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잘 가거라…
이젠 네가 다른 집안의 딸이 되었구나…”
나는 눈물이 날까 봐
눈을 자꾸만 깜빡였다.
형제들과도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기차를 타러 돌아섰을 때,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날의 기차 소리는
이별의 소리 같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엔
새로운 시작이 부르는 종소리처럼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