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꽃가마 옆에서

윤호의 시점

제26화. 꽃가마 옆에서

윤호의 시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정숙은

꽃가마에 올라타고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

바로 ‘새색시’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운 사람이었다.


정숙이 그렇게 가마 안에 앉자,

내 마음은 더 들뜨고 또 조용해졌다.

지금부터 그녀는 내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 순간만큼은 어찌할 수 없이 아련했다.



나는 앞서 걷다가도

가마 옆으로 돌아와 정숙의 모습을 한 번씩 훔쳐보았다.


가마 속에서 그녀가 내다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가마 창살 사이로 내려앉은 손끝,

조금씩 흔들리는 치맛자락,

그리고 가끔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저고리 깃만 봐도

자꾸 마음이 간질였다.



가마꾼들은

정숙을 어려서부터 봐 온 동네 형님들인지

장난 섞인 말들을 쉴 새 없이 뱉었다.


“신랑 양반, 정숙이 서울 가서 투정 부리면 연락해요.

우리가 달려가서 혼내줄 테니까.”

“서울 간다고 너무 싸돌아다니지 말라 그래요.

우리 정숙, 곱게 자란 앤디.”


나는 그저 머쓱하게 웃으며

그 말들을 조용히 들었다.

속으로는 ‘그럴 일 없습니다.’

‘정숙이 힘들면, 내가 나무라야지 누가 그래.’


그런 다짐이 저절로 들끓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길은 질척하고 미끄러웠다.

가마꾼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가마가 살짝씩 흔들렸고,

나는 괜히 더 발걸음을 늦추었다.


정숙이 혹시 불편하지는 않을까,

속이 울렁거리지는 않을까,

한참을 걸으며 걱정이 밀려왔다.



기차역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마을 어르신들, 이웃집 아주머니들,

학교 친구들 같아 보이는 소녀들까지—

다들 정숙을 보내주기 위해

하나 둘 길가로 나와 있었다.


정숙을 떠나보내는 것이

이 마을 전체의 일인 것 같았다.

그녀는 이 동네의 기쁨이자, 자랑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순간

그런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도 벅찼다.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나는 그녀의 가마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심조심 가마에서 내려

가장 먼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멀찍이 서 있던 아버지의 눈빛이

말없이 정숙의 등을 밀어주는 듯했다.


나는 정숙 옆에 바짝 서며

말없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이젠

우리가 함께 떠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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