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분대장 훈련병H

by 올빼미

여덟 시간을 잠들고, 기상 전 두 시간은 책을 읽는 데 썼다. 읽은 책은 《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였다. 이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있다고 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 기상 시간이 가까워지자, 나는 입으로 카운트다운을 세며 순간을 기다렸다.


기상 후, 땡볕 아래서 아침 점호를 했다. 금주에 의무반에 다녀온 까닭에 총기 제식은 따로 보았다. 다행히 T가 미리 예습을 시켜주어 나와 HC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다. 생활관으로 돌아와 《어린 왕자》를 읽고, 브런치를 먹고, 또 책을 펼쳤다.


그 사이 사진을 찍으러 다녀왔다. 나중에서야 알았으나, 그것은 관물대에 들어갈 크기의 작은 의자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다. 오가는 길에 더위가 심해,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않아, 바쁜 훈련 일정 속에서도 사흘 만에 500쪽을 읽어냈다. 책 속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마치 연애라도 한 듯, 마음은 시름시름 앓았다.


오후 세 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했으나, 인터넷이 되지 않아 통화밖에는 할 수 없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해서였을까. 결국 아쉬운 한 시간을 날려버렸다.


저녁 전후로도 책을 읽었다. 생활관 분대장 훈련병 H와는 장기를 두었다. 세 판을 두며 훈수를 받아가니, 그의 솜씨가 남달랐다. 해가 저물자, 나의 하루도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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