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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Aug 15. 2020

탁월함에 대한 갈망

영화 <블랙스완>

주의!

영화 <블랙스완> 줄거리가 언급됩니다!




영화 <블랙스완>

지역 발레단에 소속된 발레리나, 니나.

주연 발탁을 꿈꾸며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고, 연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발레단의 새 시즌 공연으로는 "백조의 호수"가 선정되었고,

주연 오디션 기회를 얻은 그녀.

하지만, 본인의 평소 성향과 행동방식이 춤과 연기에도 묻어 나와 한계를 느낀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캐릭터성.

니나는 그것까지 완벽히 구현하려 애쓴다.

안 하던 일탈을 하고, 안 바르던 립스틱을 발라보고, 도발적으로 배역을 요구하기도 한다.


완벽해지고 싶다(I wanna be perfect)며 고군분투하던 니나는

마침내, 바라던 완벽한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하게 된다.

"I was perfect."



탁월함에 대한 갈망, 그에 대해 공감했던 영화 <블랙스완>

혼자 한 번, 영화를 깊이 좋아하는 친구와 한 번 봤던 <블랙스완>.

공부나 공연, 삶의 여러 방면에 있어서 니나에 공감이 갔다.

탁월함에 대한 갈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서 "나 완벽했어요?"가 아니라, "나는 완벽했어요."라고 스스로 확신하는 니나의 마지막 말에 전율했던 사람, 완벽함과 탁월함에 대한 니나의 갈망에 공감했던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만 하더라도, 전공과 분야를 불문하고 "나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될 거야"라는 꿈을 말하고 다녔으니까.



디바로부터 들었던 조언, "무엇보다도, 미치지 말 것"

국내 뮤지컬 디바 중 한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배우는 꿈나무 후배들에게 진중한 조언을 하셨다.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들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연에(일에) 미치지 말 것"

인터뷰할 당시, 다양한 음악을 들을 필요성은 이해했지만, '미치지 말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고가 되려면, 빨리 전문가 반열에 오르려면, 미쳤다 소리 들을 정도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조언 모두 이해한다. 그 배우분은 미래의 후배들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셨던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등 천재적인 재능과 산업을 주도하는 전문성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된 시대.

그런 사람들의 사례를 접할수록, 탁월하며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에 대해 꿈꾸게 된다.


그러나, 탁월함에 대한 갈망은 항상 달지만, 자주 쓰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오는 우울감, 극복 방법

탁월하게, 완벽에 가깝게 맡은 일을 해내려 노력했을 수록,

프로젝트에 열심히 임할수록,

끝날 때의 허무함은 더 크다.

어떤 프로젝트라도 그렇겠지만, 유독 공연은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특히, 배우라면, 특정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배역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배역으로 살다가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해당 역할과 작별을 해야 한다.

같은 공연분야 속에서도 기획 쪽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배우 쪽에서 어울리다 보니 실감하게 되었다.


그 허탈함과 공허함은 강렬하고 파괴적이다.

그래서 배우로 활동하는,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이 연기 테크닉이나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우울감 극복 요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추첨을 통해 초청되었던 특강에서 공연전문가 선배의 '공연 후 우울감 극복 팁'을 전수받았다.

자신에게는 단 두 가지 방법뿐이라고 하셨다.

여행을 하거나,
아니면 다음 작품을 빨리 찾아서 시작하거나.

지금 돌아보면, 공연 관련 활동을 하면서, 나는 '축제는 끝났다'라는 허무한 우울감을 바로 다음 활동을 찾고 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는 식으로, 바쁨으로 해소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가끔 여행 요법을 쓰기도 했는데, 그것도 효과가 괜찮았다.



행복하세요

끔찍한 현실 혹은 상상을 그린 영화들, 예를 들어 <곡성>, <손님>, <도가니> 같은 영화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영화 자체의 공포보다도 '빡센' 배역을 감당한 배우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요즘도 콘텐츠를 볼 때면 늘 그렇다. 배우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탁월한 연기도 좋지만, 그보다는 배우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그런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글감 이미지 출처


커버 이미지 : Shiva Smyth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영화 <블랙스완>


이미지 출처는 아니지만, 참여했던 특강에 관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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