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으로 만날 것도 아닌데
30대가 되고 바뀐 점은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하루 종일 연락 오는 사람이 없고, 평일에나 지인들이 연락이 가끔 올뿐, 이것도 횟수가 매우 적다.
절절하게 연애하고 친구와 사소한 것도 서운해하며 싸우고 부모의 잔소리를 듣는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인에게 갑자기 연락이 오면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걱정이 앞선다. 그중 제일 받기 싫은 연락은 어린이집에서 오는 연락이다.
점점 휴대폰은 온라인으로 지인과 연결되는 매개체가 아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어떤 '행동'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휴대폰을 딱 켰을때 홈화면에는 내가 자주 사용하고 자주 검색해 보는 웹 사이트 바로가기들로 꽉 차있으며, 다음 페이지까지 넘어가는 게 싫어서 꾸역꾸역 한 페이지에 다 몰아놨다.
홈화면과 잠금화면은 자녀의 사진인데, 바로가기 앱들로 인해서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는 상황이다.
앱을 켜봐도 무조건 한 페이지에 다 들어와야 하므로 비슷한 성질의 앱들은 폴더로 묶어놓기까지 했다.
더 이상 지인 가족과의 연락에 집착하게 되지 않아서, 연락처도 2년 이상 연락을 안 하거나 사적으로 3년 이상 안 만난 지인들은 모두 삭제했다. 삭제하고도 연락이 온 적이 한 번도 없다.
가끔 sns로 서로 좋아요를 눌러줄 뿐 이제는 이름만 아는 지인이 된 것이다.
연락처 줄이기에 돌입하니, 가족 빼고, 동창 빼고, 적당히 친한 지인 빼니 약 20명도 채 남지 않았다.
회사 동료들조차도 절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갤럭시의 좋은 기능 중 하나는 연락이 온 사람을 '태그'를 걸 수 있어서, 저장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 연락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가 왔었는데,
"길을 잃어서 못 찾을 뻔했는데 다행히 잘 찾아왔어요."
라는 문자였다. 스팸도 아닌 거 같고, 처음 연락온 번호인데 잘못 보낸 걸까? 하며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알고 보니 내 상사였다. 평소 회사 내에서 말고는 연락할 일이 없어서 태그조차도 못 걸어놨던 것이다.
"누구세요?"라고 했으면 어땟을지 식은땀이 났다.
그 뒤로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오고 나면 끊자마자 태그를 달았다. 내 연락처에 저장이 되지도 않고 연락이 오면 누군지 바로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 편했다.
나는 집도 미니멀 라이프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물건이 번잡하게 많으면 속이 꽉 찬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게 휴대폰에까지 적용이 되어버렸다.
내 인생 자체가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점점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