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지만 결혼은 하고 싶어
나는 모태솔로와 결혼했다. 비아냥도, 농담도 아니다. 그저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다.
처음 그가 ‘모태솔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복잡했다. 호기심과 우려가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소개를 주선한 사람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지인이었고, 그가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확신했기에 결국 만남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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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스물일곱일때,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일찍 결혼하는 편이어서, 나도 결혼을 간절히 바라던 시기였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곤 했다. “얼굴 잘생겼다고 먹고 사는 거 아니다.” 그 말이 그때는 뼈저리게 와닿았다.
물론 나도 외모를 중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잘생긴 사람과도 만나봤다. 하지만 성격이 맞지 않거나, 생활 습관이 달라 싸움만 반복됐다.
'결국 잘생김이 마음을 오래 붙잡아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내 아버지는 젊은 시절 꽤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집에서는 술을 자주 마시고 폭언을 일삼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나는 외모보다 성격과 생활 태도를 더 중시하게 되었다.
내 이상형은 단순했다. 술은 적당히, 담배는 피우지 않고, 가정적이며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 하지만 그런 사람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다.
결국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까 고민하던 때에, 뜻밖의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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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같은 회사 사람이었다. 번호를 받고 카톡 프로필 사진부터 확인했는데, 고양이, 강아지, 앵무새 같은 이상한 그림뿐이었다. 얼굴 사진은 전혀 없었다.
결국 회사 인명검색을 통해 얼굴을 확인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두운 인상에 덥수룩한 상고머리. 순간 ‘그만둘까’ 싶었지만, 소개해준 지인을 믿고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모태솔로였다. 스물여덟인데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솔직히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세 번은 만나보자. 아니면 그만두면 되지.”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첫 만남은 별다를 것 없었다. 나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나갔다. 마침 고향집에 보냈어야 할 참외 상자가 기숙사로 배달된 터라, 우리는 기숙사 복지동 테이블에 앉아 참외를 깎아 나눠 먹었다.
그의 첫인상은 프로필 사진에서 느낀 것보다 나았다. 어깨는 조금 좁고, 배가 살짝 나왔으며, 키는 170 초반 정도. 목소리는 약간 높은 톤이었다. 특별히 설레는 느낌은 없었지만, 참외를 깎으며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의외로 편안했다.
우리는 두 개쯤 참외를 먹고는 더 할 얘기가 없어져 금세 자리를 마무리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 하지만 그날이 우리의 시작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