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와 결혼했다. -2

편견

by 원빌리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이 바쁘긴 했지만, 틈틈이 카톡을 할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뭐지?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조차 안 하네?’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모태솔로와의 연애. 그게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일 줄은 몰랐다. 말 많은 나조차 걱정이 될 만큼 그는 말수가 적었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하고 혼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래도 ‘나름 데이트인데’ 싶어 화장도 하고 기숙사로 향했다. 어제 가져갔던 참외가 아직 남아 있어 또 들고 갔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또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그가 어제랑 똑같은 옷차림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빠, 왜 어제랑 똑같은 옷을 입고 온 거야?”

나름 신경 써서 차려입고 나온 입장에서, 대충 나온 듯한 그의 모습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두 번째 만남이니 한 번은 더 만나보자며, 솔직하게 내가 기분이 상한 이유를 말했다.

“나도 신경 써서 나온 건데, 아무리 기숙사라지만 너무 한 거 아냐?”

그러자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연신 손에 땀을 문지르며 말했다.

“미안… 입을 옷이 없어서 이렇게 나온 거야.”

너무도 서툰 변명이었다. 그렇게 참외를 먹고는 내일 영화나 보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다음 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그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오는 그가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한여름 뙤약볕에 두꺼운 긴팔 청남방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내가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입었던 게 그나마 제일 깔끔했는데… 또 그걸 입으면 네가 싫어할까 봐.”

그 순간, 내가 괜히 오만하게 굴었던 게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애써 사과하며 “미안해”를 반복했다. 그가 날 무심하게 대한 게 아니라, 가진 옷 중 가장 괜찮은 걸 입고 나오려 했던 걸 내가 오해했던 거였다.

얼굴이 시뻘게진 나는 결국 그와 함께 아웃렛에 들러 옷을 고르게 했다. 앞으로는 그 옷을 입고 나오겠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그날 본 영화는 〈택시운전사〉.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었고, 함께 본 사람까지 완벽했다. 성공적인 데이트였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조심스럽게 나는 물었다.

“오빠, 헌터 ×헌터 알아?”

그는 개미 편까지 다 봤고, 암흑대륙 편을 기다린다고 했다.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이 만화를 몰라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는데, 그는 달랐다. 마블 영화도 좋아했고, 내가 즐겨 보던 유튜버까지 똑같이 좋아했다. 게다가 같은 게임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확 기울었다.

그를 만난 지 고작 사흘째 되는 날, 나는 결심했다.


‘아,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ㅡ 다음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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